되는 일이 없을 때
앞이 한 치도 안 보일 때
바닥을 치기만을
바랄 때가 있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바닥이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바닥이 늘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그런 말 하지 마라
그건 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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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에서 건져진 우럭(魚) 한 마리가 바닥을 치며 요란하다.
그에게는 이 순간이 마지막 몸부림이며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푸른 꿈을 나누던 한 시절이 물결처럼 뇌리에 스치고
미로를 벗어나지 못해 삶의 그물에 Z여 버둥대는 마지막은 자책의 고통일 것이다.
한계에 부딪히고 반등을 노리는 요행은 누구에게나 희망이지만 저 우럭처럼.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의 이 순간의 격려는 조롱일 수도 있다.
저 바닥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곳이기에 위험한 곳이다.
혁명은 언제나 저기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논리나 철학도 합당한 답을 주지 못한다.
앙다문 조개의 주둥이처럼 닫힌 세상에서 저항은 다 죄가 아니다.
우럭 한 마리의 처절한 환경을 치환하여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화자(話者)의 재치가 여러 갈래로 읽히는 건 이 시대의 아픔 때문일까.
순명(順命)을 기대하며 바닥의 울림이 큰 북이 되기를 새겨본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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