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봄의 전령사 ‘버들’을 노래하다
[경일춘추]봄의 전령사 ‘버들’을 노래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1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영인 (산청 문화관광해설사)
민영인 문화해설사

 

3월 들어 지리산 계곡을 따라 불어 내려오는 바람의 매서움이 무뎌지며 여기저기서 봄꽃 개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매화 복수초 산수유 히어리…, 옛사람들은 ‘버드나무’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접했다. 한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초목이 바로 버드나무라는 데에서도 알 수가 있다. 버드나무는 봄날의 서정을 표현하는데 자주 인용되기도 하고 이별과 재회의 염원도 담고 있다.

당 현종 때 산음현(현 절강성 소흥)출신으로 이백의 재주를 알고 친교했던 하지장은 ‘영류’(詠柳)에서 마치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버들의 그림같은 서정을 표현했다. ‘벽옥으로 큰 나무를 화장시켰고, 늘어뜨린 수많은 가지가 녹색 커튼이 되었네/가는 잎사귀는 누가 재단했는지 모르겠지만 2월 봄바람이 가위 같구나’ 이 시는 ‘벽옥’으로 이른 봄 2월의 푸른 버들을, ‘녹사조’로 푸른 버들 줄기의 늘어뜨린 모습을, ‘가위’로 봄바람을 비유했다. 버드나무의 연녹색과 부드러운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봄바람의 신기한 힘을 찬미해 사람들은 봄버들을 노래한 시 중 최고로 꼽는다.

부드러우면서 가늘고 길게 늘어진 버들가지가 봄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묘령의 여인이 나풀나풀 춤추는 것과 같아 고대 시인들은 여인의 가냘픈 허리를 표현할 때 ‘버들허리’라고도 불렀다. 또한 당나라 때는 벗과 헤어지면 이별의 증표로 버들가지를 꺾어주는 절류(折柳)의 풍습이 있었다. 버드나무는 꺾꽂이가 잘되어 심으면 쉽게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지금은 비록 헤어지지만 사랑과 우정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절류에 담았다. 한시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별 장소로는 대동강이었다. 임제(林悌)는 패강곡에서 ‘이별하는 사람들 날마다 버들 꺾어,(離人日日折楊柳) 천 가지 다 꺾어도 가시는 임 못 잡았네.(折盡千枝人莫留)’라는 시구를 남겼다. 여기서 버들 류(柳)는 머무를 류(留)와 발음이 같아서 떠나는 사람을 붙잡고자 하는 마음도 담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이 없다.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면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따라 마음도 덩달아 설렌다. 놀기 좋은 때가 바로 일하기 좋은 때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도 같아지는 춘분을 전후해 농가에서는 감자를 시작으로 춘경(春耕)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도 캐 먹는다. 지금이 농경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절기다. 봄을 맞이하며 올해도 풍요로운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