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세계화를 꿈꾸는 한국 온돌문화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세계화를 꿈꾸는 한국 온돌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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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효공왕 때 구들 도사로 불리던 담공 선사가 하동 칠불사 벽안당에 아(亞) 자형으로 길이 약 8m의 이중 온돌방을 축조하였는데, 이른바 ‘아자방’ 구들이다. 이 아자방은 온돌의 구조가 특이하여 아궁이는 지게를 지고 들어갈 만큼 거대하고 불을 한번 때면 49일간이나 따뜻하였다고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1948년 빨치산을 토벌하는 작전과정에서 군부대가 소각 전소시켜 아자방은 온돌만 남아 있었다가 1982년 복원되었다. 당시 아자방의 완전한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 당시 온돌 보수공사를 맡은 온돌 인간문화재 관계자인 김용달 옹은 ‘아자방의 원리를 알 수 없어 일반 형태로 놓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본래 모습의 아자방 구들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 한번 불을 넣으면 3~4일 정도 온기가 유지될 뿐이라고 한다. 다만 봄과 가을에는 온기가 10일 정도 유지된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019년에 다시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아자방의 원리를 알아냈다고 한다. 가마 형태의 대형 아궁이와 보조 아궁이, 이중 구들을 설치하고 많은 장작을 쌓아두어 불이 서서히 오래 타도록 하여 온기를 유지하였다. 이렇게 다시 복원한 아자방은 한 번 불을 넣으면 약 25일까지 온기를 유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온돌 또는 구들은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옥 난방 방법이다. 방구들이라고도 한다. 한옥의 아궁이에서 불을 피우고, 아궁이에서 생성된 열기를 머금은 뜨거운 연기가 방바닥에 깔린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난방이 되고, 그 연기는 구들장 끝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의 난방법이다. 온돌은 열기로 구들장과 구들장 아래의 고래를 데워 발생하는 ‘간접 복사열’을 난방에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잘 만든 구들장이라면, 아궁이에서 직접적인 열원을 제거한 이후에도 구들장의 열기가 비교적 장시간 지속된다.

‘온돌’이라는 명칭은 조선왕조실록 세종 편에 최초의 기록이 있다. 명칭이 온돌로 굳어진 것은 19세기 이후부터다. 온돌의 역사는 일반적으로 기원전 4세기 옥저 시대부터 온돌이 발명되었다고 추정한다. 실제로, 구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유적에서 이미 온돌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형태가 발견되었다. 고구려 때는 ‘긴 구덩이를 만들고 그 아래에 불을 때어 따뜻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중국 당나라의 정사(正史)인 구당서(舊唐書)에서 나온다. 이 당시의 온돌은 방 일부만 데우는 ㄱ자 형태였으나, 고려 시대 중기로 와서 현재의 방 전체를 데우는 온돌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한반도에서 온돌 문화가 발달한 연유는 특유한 기후 때문이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기도 하지만, 겨울은 너무 추워서 난방을 하지 않으면 버텨내기가 힘들 만큼 극단적인 기후이다. 개화기 당시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한 뒤 남긴 기록 중에 온돌에 대한 기록도 많이 남아 있다. ‘벽난로에 비해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칭찬이 주류를 이루는데, ‘조선인들은 빵처럼 구워지는 것을 좋아한다’라든가, ‘용광로에서 잠을 자는 기분이었다’와 같은 특이한 묘사들도 많다. 지난 평창올림픽 때는 선수촌 온돌방이 각국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는데, 대표적으로 캐나다 쇼트트랙 선수 샤를르 아믈랭은 맨발에 속옷차림으로 온돌의 매력을 즐기는 영상을 올려 많은 호응을 얻었고,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도 한국식 온돌문화를 적용한 평창올림픽 선수촌 숙소시설에 감탄을 하였다고 한다.

“온돌문화는 오래전부터 전승되고 지속적으로 재창조되어 한국사회의 주생활과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쳐온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유산으로 한반도가 처했던 혹한의 기후환경에 지혜롭게 적응하고 대처해온 한국인의 창의성이 발현된 문화라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서의 그 가치가 있다. 이에 온돌문화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종목을 보존 전승하고자 한다.” 2018년 4월 30일 대한민국의 국가무형문화재 제135호로 지정된 취지 내용이다. 국가무형문화재를 넘어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온돌문화에 대한 연구와 보급을 위한 노력이 요청된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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