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격리 중 외출…손 놓은 방역당국
확진자 격리 중 외출…손 놓은 방역당국
  • 백지영
  • 승인 2022.03.23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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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앱 폐지, 불시 단속도 중단
최근 코로나19로 재택치료를 받는 확진자들이 자가격리 기간 중 외출하는 사례들이 잇따르지만 방역당국은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으면서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내 공무원 A씨는 최근 자신뿐만 아니라 부인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증상이 경미한 데다 종일 집에 있다 보니 답답해 하루는 부인과 함께 차를 타고 남해에 바람을 쐬고 왔다.

진주에 거주하는 B씨는 일가족 모두가 확진된 지인이 격리 기간 아무 거리낌 없이 외출하고 있다는 얘기에 쓴소리했다가 ‘읽씹’을 당했다. B씨는 “작년에는 단순 자가격리인 사람한테도 매일 관리가 됐는데, 지금은 확진이 됐어도 자가격리 여부를 감시하지 않아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GPS를 이용해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자택에 머무는지 확인하는 ‘자가격리앱’을 폐지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들이 급증하면서 사실상 확진자에 대한 ‘격리 감시’를 포기한 셈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가 자가격리자가 격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불시에 격리 장소를 찾아가는 ‘불시 점검’도 사라졌다.

과거 자가격리앱이 있던 때에는 격리자가 휴대전화를 자택에 두고 외출하는 등 꼼수를 써야 방역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역지침 변화로 각종 억제책이 사라지면서 마음만 먹으면 확진자들도 외출하기 쉬운 상황이 조성됐다. 방역당국이 재택치료 확진자들에게 격리 기간 준수 사항을 문자나 전화 등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이를 준수할지 여부는 사실상 자율에 맡겨진 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대면 치료가 불가피하거나 응급 상황 등을 제외하면 격리 장소를 벗어나면 안 된다. 재택치료 확진자가 자택을 벗어나는 경우 역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이같은 사법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자체가 사실상 격리 여부 파악에 손을 놓으면서, 목격자나 지인 등이 자가격리 위반을 경찰에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처벌로 이어지기 힘든 상황이 됐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가격리 위반 여부에 중점을 뒀지만, 지금은 재택 치료 환자 관리가 중점이라 이들이 격리를 위반했는지에 대한 파악은 실질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민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이 코로나 초기 유럽 국가들의 집단 자연면역 방침과 다를 게 뭐냐”는 푸념이 나온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지금처럼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격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확진자들에게 격리하라는 지침이 설득력을 가지는지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며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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