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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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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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고성출신 정희선 수필가의 국제시장 이야기(2)
정희선 작가의 국제시장 이야기는 계속된다. “IMF 이후 시장의 열기가 차츰 식었다. 다행히 영화 ‘국제시장’(윤재균 감독)을 우리 3공구 아래층인 ‘꽃분이네’에서 찍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흥남부두에서 한국의 통역관 현봉학 박사의 눈물겨운 부탁으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알몬드 장군이 군수물자 25만톤을 버리고 그 대신 피난민 1만 4000명을 태워 부산과 거제도로 온 그 마지막 흥남철수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부산 국제시장의 피난살이, 파독광부와 간호사들 이야기, 월남전쟁 참전 때의 수없이 죽을 고비, 이산가족 찾기 등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우리 현대사를 생생하게 그렸다. 1940년생 어린 덕수라는 주인공이 흥남부두에서 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영화는 펼쳐진다. 전쟁이 한창일 때 태어나 고생한 우리 또래들도 눈물 없이는 볼수 없는 영화다. 영화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우리 국제시장도 덩달아 떴다. 예만은 못해도 도소매 손님이 꾸준히 발길을 잇는다. 관광객도 늘었다. 우리도 형편이 나아졌지만 인접한 깡통시장도 동시에 바빠졌다. 업에서 손을 떼고 싶어도 단골로 찾는 이들이 많다.”

이렇게 회상하면서 작가는 현재 예순 다섯 살임을 밝히며 자기보다 스무살이 많은 사람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보다 열 살이나 많은 현역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국제시장의 냉난방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 공구에 냉난방 시설이 된 것도 2000년 들어서다. 그동안 입주상인 회의를 거듭해도 반대하는이들이 있어 실행하지 못했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조합장인 우리가 목돈을 냈다. 지붕 방수공사와 냉난방 공사부터 단행했다. 조합원들에게는 2년여에 걸쳐 든 경비를 나눠 받았다. 목돈을 내고 푼돈으로 나눠 받았다.”

“업체 도매상 중에는 손님을 끌려고 별짓을 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게 단골이 어쩌다가 빠진 색상을 그쪽 가게에 구하러 가면 가격을 내려받아 손님이 항의하러 돌아왔다. 우리는 공장애서 정한 대로 원가애서 정확히 20퍼센트 이윤을 남겨 소매상에 판매한다. 도매상들은 점포세, 인건비, 세금, 조합회비 전기세, 택배비, 냉난방비, 포장지 등 기타 비용을 모두 빼면 10퍼센트 안팎의 이윤이다. 거기다 공장에 반품되는 건 일부일 뿐 재고도 많이 낸다. 하여 도매 가격보다 싸게 판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돈을 빼 도망 갈 심사가 아니고선 그럴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그런 가게는 부도를 내고 잠적하거나 뻔뻔스럽게도 명의만 바꾸어 영업을 계속한다. 다른 가게에 없는 것은 바가지를 씌워 손님과 싸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업종끼리 자주 부딪친다. 공장이 알게 되면 히트 싱품도 얻지 못해 단골이 떨어진다.”

정작가는 그 바쁜 와중에도 야간으로 대학까지 나왔고 자식들을 다 키웠다. 국제시장에서 젊음을 보냈고 돈은 저절로 따라왔다고 말한다. “고향에서 빈 손으로 나와 이 정도면 됐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남편은 무료봉사 자리인 우리 공구 조합장을 7년 반이나 했다. 현재는 국제시장 전체 선거관리위원장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행복은 마음에서 오는 것임을 믿으며….”

이쯤까지 읽으며 필자는 문득 국제시장이 뭔가 끌어당기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니 국제시장엘 몇 번 스쳐 지나간 때가 있었고 딱히 생각에 붙들려나오는 것은 유행가 두 곡이다.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와 박재홍의 ‘경상도 아가씨’ 두 곡이다.

“일가 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봄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굳세어라 금순아)

“고향 길이 틀 때까지 국제시장 거리에/ 담배장사 하더라도 살아보세요/ 정이 들면 부산항도 내가 살던 정든 산천/ 경상도 아가씨가 두 손목을 잡는구나/ 그래도 눈물만이 흘러 젖는 이북고향 언제 가려나”(박재홍의 경상도 아가씨)

‘경상도 아가씨’는 필자의 노래방 십팔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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