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60] 이제 꽃길만 걸어요 (이기영 시인)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60] 이제 꽃길만 걸어요 (이기영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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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었죠’



서둘러 달려와

어깨 토닥여주는 저 작은 입들이

뭉클, 눈시울 뜨겁게 해요



-이기영 시인의 ‘이제 꽃길만 걸어요’



어려서 이맘때면,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가방을 집어 던지고 들로 나갔다. 냉이, 곰밤부리, 달롱게(달래), 코딱지(광대나물) 나물을 캤다. 응달진 곳엔 채 녹지 않은 얼음이 있기도 했다. 나물은 볕이 많고 바람이 적은 언덕바지에 듬성듬성 나는 편이었다. 나물은 어리고 연해서 풋물을 빼지 않아도 되었고 된장국을 끓이면 유독 풀향이 진했다.

겨울을 보낸 빈 밭의 흙은 유독 고실고실하게 보였다. 그런 밭들을 보면 나는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고 푸근해졌다. 아마 시인이 말한 ‘이제 꽃길만 걸어요’처럼 봄길만 걷고 싶은 마음이 한없었다. 나물을 찾아 밭둑을 걷는 일, 빈 밭을 아무렇게나 헤집고 다니는 일이 좋아 나는 자꾸 나물을 캐러 다녔다. 산수유꽃을 먼저 만난 아랫녘 시인의 봄맞이가 내 유년의 봄을 데려다주었다. 봄길이 열렸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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