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핫플레이스] 중동 소리단길
[창원의 핫플레이스] 중동 소리단길
  • 이은수
  • 승인 2022.03.24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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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숨결 불어넣은 젊은 골목길
답답한 도심 활력...골목 상권 부활 날개짓
소리단길 젊은 창업가들

 

요즘 창원에서 입소문을 타고 한창 뜨는 동네가 있다. 바로 중동(506-1번지) 소리단길. 창원의 원도심이었던 중동은 불과 1~2년 전만 해도 찾는 사람 하나 없던 낙후된 동네였다. 하지만 지금은 ‘소리단길’로 통하며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남문 표시석은 600년 전에 전국에 6개 밖에 없던 대도호부가 바로 이 자리였음을 암시하는데, 도전적인 청년들이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 개성 가득한 골목길, 최신 유행의 감성적인 골목길 사이로 사람들이 몰려온다. 

약도

 

# 인적이 드물었던 골목, 맛과 멋의 거리 탈바꿈

차타고 지나가면 볼 수 없는 거리, 도심속을 걸어가야 진면목을 본다. 창원특례시 한복판 오랜 잠을 자던 골목에 MZ세대 청년 주도의 ‘도시재생 창업 프로젝트’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인적조차 드물었던 골목은 웃음소리가 피어나는 맛과 멋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창원에 오면 한번은 들러야 할 곳으로 회자되며,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소리단길 프로젝트는 역사와 예술이 담겨져 있는 골목을 보존해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다 소답동 근처라고 해서 읍성로 34번길이 소리단길로 불리게 됐다. 


경주에는 황리단길, 해운대 뒷골목엔 해리단길이 있다. 이태원 경리단길이 원조다. 창원 골목의 진수를 보여주는 맛집은 오우가, 박말순 레스토랑을 손꼽아 준다. 주변에는 목민정, 유화정 등 유명 음식점도 자리잡아 신구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창원향교, ‘고향의 봄’ 가사 속 꽃대궐의 모델, 김종영 생가가 근처에 있고, 15분 거리에 스타필드가 들어설 유니시티도 있다. 

#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브랜드가 된 동네 
봄 햇살 아래 골목은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MZ세대들은 이곳에서 의기 투합해 ‘미식의 민족’의 혼을 불어 넣어 맛과 멋의 문화가 있는 거리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창동같은 경우 수백억원이 투입된 반면, 이 곳에선 민간자본이 들어와 골목이 되살아나게 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2010년대 이후 지역 발전의 주체는 도시에서 동네로 전환되고 있다. 동네가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가 된 동네가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시대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전역에서 브랜드 파워로 관광객뿐 아니라 창조 인재, 창조 기업을 유치하는 동네가 늘고 있다. 도시의 작은 마을도 동네 브랜드를 꿈꿀 수 있다. 한국에서 브랜드가 된 동네는 공통적으로 골목 상권으로 시작했다. 


지역 인재에게 도시 문화를, 외부 여행자에게 지역 문화를 제공하는 골목 상권 없이는 창조 인재 중심의 지역 발전이 어렵다.
콘크리트 중심의 수직 대형 건물 건립이 아니라 몇백년된 동네 그대로를 보존하면서 특화거리를 조성한다. 
역사와 전통이 담겨져 있는 골목을 보존해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청년 창업 공간은 새로운 기회의 일터가 열리고, 청년들의 문화를 새롭게 꽃피우는 거리가 됐다. 따사로운 햇살 속에 브런치를 즐기는 여유로운 낮 풍경, 쌓인 피로를 풀려는 직장인이 모이는 밤 골목으로 거리는 전혀 다른 색깔을 덧입는다. 


장현숙 의창동장은 “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추진하는 것과는 달리 민간에서 청년창업가가 중심이 돼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다. 국도비 투입없이 도시재생 효과 발휘가 기대된다”며 응원했다. 

박말순 레스토랑

 

◇한옥 경양식당 ‘박말순 레스토랑’
백년도 더 된 한옥을 그대로 살려 경양식 가게로 만들었다. 상호는 시집와서 이 곳에서 평생을 지낸 할머니 이름에서 따왔다. 그래서 더욱 정겹다. 남도의 건강한 식재료를 살려 만든 이태리 음식점. 스테이크·파스타 요리가 일품이며, 식감 좋은 신선한 제철 식재료(다이닝)를 사용해 미식가들의 반응이 좋다. 일반 아웃백처럼 소스를 가지고 찍어내는 음식이 아니라 쉐프가 하나 하나 예쁘게 플레이팅 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로 정평이 나 있다. 신선한 식재료의 식감을 맛볼수 있는 고급 음식점으로 이름이 났다. 대표메뉴 참나무 파스타는 바질페스토를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남도의 전통 식재료를 고집한다. 중국산이 아닌 국산 고사리와 꽈리, 고추를 많이 접목해 풍미를 살린다. 

오우가

◇차와 벗이 함께하는 ‘오우가’

유기농, 건강한 식재료로 매일 매일 새롭게 만드는 디저트 종류가 일품이다. 디저트 베이커리와 커피, 차가 있는 오우가는 윤선도 오우가를 떠올리며 사계절 분위기가 좋다. 산중신곡(山中新曲)에 들어 있는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을 다섯 벗으로 삼아 각각 사물에 대한 짙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돌, 물, 대나무, 소나무, 달을 조화롭게 잘 살린 인테리어가 편안함을 전한다. 대나무가 바라다 보이고 도랑이 흐르는 가운데 달 빛이 쏟아진다. 차 한잔 여유, 웃음꽃을 피우며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 한다. 


◇와인과의 대화 ‘조니오븐’
분위기가 좋은 조니오븐에서는 다양한 와인을 즐길수 있다.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젊은 감성의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작고 비밀스러운 한옥의 공간에서 와인과 음식을 분위기 있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와인바다.
가게주인이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어 일반적인 와인 외에도 네추럴와인, 무알콜와인 등 다양한 종류의 질 좋은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이 곳은 저녁에 문을 연다. 
이밖에 신규 카페 ‘슬루’, 베이커리 카페 ‘하이디’, 전통 디저트 ‘감싸다’가 문을 열었다.

강동완

 

[인터뷰] 상권 부활 주역, 강동완 디벨로펀 대표 
“젊은이들이 걷고 싶은 문화의 거리로 기억됐으면”

20대 젊은 친구들이 주축이 된 소리단길은 강동완 대표가 맨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창원의 핫플레이스를 알리는데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그와 의기투합한 청년 창업가 5개팀이 지난해 말 추가로 들어와 더욱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창원읍성 남문이 있었던 곳을 마주하면서, 시외버스가 오가던 거리의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를 생각하면서 옛 영광을 재연할 방법을 고민했다. 


학창시절을 이 곳에서 보냈던 그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신세계 그룹에서 일한 것을 밑천삼아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처음으로 포르투갈 와인을 직수입해 와인바를 운영한 경험을 되살렸다. 종로 익선동에서 만화가게와 홍콩만두 딤섬 가게를 런칭하는 과정에 누구보다 시장 조사를 많이했다. 이 때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에 눈을 떠 창원에서 멋진 공간을 연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강 대표는 “창원에는 아직 과거와 문화의 가치를 높이 사며 골목상권을 만들어 나가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청년창업가들이 들어올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 젊은이들이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손님은 밀려 들어 주차장 부족했었는데, 다행히 창원시와 축협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강 대표는 “창원은 정말 좋아하는 고향”이라며 “상남동은 젊은이들이 걷고 싶은 거리가 돼야 하는데, 유흥의 메카로 느껴져 아쉽다”했다. 그는 골목 골목을 다니면서 초가집이나 돌담집 옛 것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젊은이와 부모님, 할머니세대까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헀다. 그래서 보존하고 발전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강 대표는 “이 골목은 저뿐아니라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 분들의 부모님들이 다니던 길이었다”며 “많은 이들이 오가는 중심시가지였지만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새로운 문화를 깨우고 다시 한번 ‘고향의 봄’을 불러오고자 했다”고 했다.
그는 풀어야 될 과제로,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은 많은데, 상남동이나 가로수길은 이미 상권이 비싸게 형성돼 경제적 부담이 큰것을 꼽았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창업을 도울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청년창업센터설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년들이 시내 상권보다 적은 비용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 진다면 ‘소리단길’은 창원을 넘어 경남을 대표하는 거리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을 폈다.
강대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며 “용도변경 및 영업허가까지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의 길잡이가 되고싶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도 사람이며, 희망도 사람이다. 그는 “박말순 레스토랑은 할머니 딸들을 전부 만나 끈질긴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았다. 초창기만 해도 서울에서 사기꾼이 내려와서 땅사러 왔다”며 문전박대 당했으나 주민들과 막걸리도 마시며 소통하면서 점차 마음의 벽을 허물어, 이제는 주민들이 적극 응원해주고 있다며 희망을 전했다.

강 대표는 “창원에 생긴 새로운 모습의 문화거리를 보고 좋아하시는 고객분들이 하루 하루 늘어 가는 것을 보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며 “기존 상가에서 보기 힘들었던 수상 한옥 식당이나 발리에 온듯한 스파 등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것을 3년 내에 이룰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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