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올해는 수계를 해보면 어떨까?
[경일춘추]올해는 수계를 해보면 어떨까?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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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인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
민영인


작년 중양절에 강남으로 떠났던 제비가 올해 삼짇날(음 3월 3일)이면 다시 돌아온다. 이때는 봄이 절정이라 기후는 따뜻하고 땅에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 경치가 그림 같지 않은 곳이 없다. 옛날 중국에는 수계라는 풍습이 있어, 동쪽으로 흐르는 냇가에 가서 묵은 때를 씻고, 복을 빌며 재앙을 예방하는 의식을 가졌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수계로는 산음현의 난정(蘭亭)에서 왕희지가 지인들과 베풀었던 곡수유상(曲水流觴)일 것이다.

곡수유상처의 흔적은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경주에 있는 포석정도 신라의 왕들이 풍류와 연회를 즐겼던 곳이다. 이처럼 인공적으로 만든 곳도 있지만, 조선의 선비들은 좋은 날, 자연풍광이 뛰어난 계곡을 찾아 하루를 즐기고 오는 멋과 낭만이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장면이 아닌가?

가까이에 있는 함양 안의에도 곡수유상처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청나라를 다녀와서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이 그 주인공으로 풍류를 좋아했던 그는 안의현감으로 부임한 뒤 관아 주변에 하풍죽로당(荷風竹露堂), 연상각(烟湘閣), 공작관(孔雀館), 백척오동각(百尺梧桐閣)등의 건물을 지었다. 연암집 권1 공작관기에 보면 ‘북쪽 담장을 뚫어 개울물을 끌어들여 북쪽 못으로 흘러들게 하였다. 또 북쪽 못에서 넘쳐나서 그 앞을 지나 굽이 흐르게 되는데 연잎을 따서 술잔을 올리면 둥실둥실 떠서 흘러간다’ 이 연회에 참석했던 연암의 처남인 지계공(芝溪公) 이재성은 “술이 거나해지면 천고의 문장에 대해 마음껏 토론했으니, 당시의 즐거움은 백 년 인생과 맞바꿀만했소. 내가 훗날 화림과 같은 아름다운 고을에서 벼슬살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암과 같은 손님을 얻을 수가 있겠소?”라고 했다. 지계공은 술자리보다는 마음을 터놓고 문장을 논할 수 있는 지음(知音)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연암을 흠모하여 열하도 다녀오고, 연암이 남긴 기록들을 수시로 읽는 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지금 안의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던 안의현 관아와 건물은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아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화림동 계곡에는 차일암(遮日岩), 영가대(詠歌臺), 금적암의 석각을 새긴 너럭바위가 있는 동호정이 있고, 휘영청 달 밝은 밤과 잘 어울리는 농월정도 있다. 비록 곡수유상은 아니더라도 지음이 있다면 여기서 수계의 흉내라도 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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