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투표만으로는 안 된다, 출마가 답이다
[경일칼럼] 투표만으로는 안 된다, 출마가 답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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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준 (진주 당당한의원 대표원장)
어인준 원장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1위와 2위의 득표격차는 역대 최소로 24만 표인데 비해 무효표는 역대 최대로 30만 표나 나왔다. 이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표를 주고 싶은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어느 때보다도 한 표의 가치가 컸던 선거였지만, 과연 투표만 잘하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 짚어 보게 된다.

정당들이 표를 주고 싶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면,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어야겠는가 아니면 후보를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입이라도 해야 할까? 그 답은 오는 6월 1일에 개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있다. 각 정당이 자기들에 유리한 계층 위주로 투표를 독려하고, 미디어도 투표 잘하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 출마를 독려하는 캠페인은 어디에도 없다. 또 세상 사람들에게 투표하라고 하는 정치인은 많아도, 출마하라고 하는 정치인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이런 투표 ‘프로파간다’에 속지만 말고, 행동하는 시민들은 직접 출마를 통해 기존 정치카르텔에 정면으로 도전해야 한다. 몇몇 영웅의 출현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출마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정치인들이 자기 밥그릇을 뺏길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 출마 독려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 밥그릇은 순도 100% 세금으로 된 공공의 밥그릇이지 정치인이 구운 밥그릇이 아니다. 진짜 주민들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이 맞는다면, 자기들보다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출마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서부터가 이른바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도대체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투표해놓고 나서, 정치 못 한다고 책임 전가하지 말자.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투표만 하지 말고, 스스로 출마를 하자. 당장 돈이 없어도 정치후원금을 10명에게만 받으면 시의원 후보등록비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오직 당선만을 위해 권력자에게 줄서기나 길거리에서 얼굴도장 찍기만 하지는 말자. 그 시간에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노력이 담긴 정책 제안서를 발간하자. 지역사회를 위해 진짜 공헌한 사람은 당장의 당선자가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지 못하겠으면 최소 정치 혐오는 조장하지 말자. 정치에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욕을 먹는 사회에 누가 흔쾌히 긍정적인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하겠는가? 무심코 던진 정치 혐오 한 마디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숨은 능력자들의 출마를 주저하게 만든다.

미디어의 인공지능 혁신은 가짜뉴스 범람, 그를 빌미로 한 언론 통제 등의 부작용도 낳았지만, 공정한 경쟁을 통해 숨은 능력자를 발굴해 각 분야의 숨은 고수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정치 유튜버들도 충분한 검증을 받아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신인으로 대거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한의사를 위해 표준 한의 임상진료 지침이 있듯이, 출마하는 국민을 위해서 표준선거출마지침이 널리 제공되면 좋을 것이다.

더폴리티션이라는 드라마에는 ‘Let the best man win’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나 또는 우리 편이 꼭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후보자가 당선되도록 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낙선한 후보에게조차도 선거는 축제가 될 수 있다. 전국 시·군구의회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 한참 지났지만 의원정수의 60%도 겨우 채웠다고 한다. 최고의 후보자를 뽑으려면 출마한 후보가 많아야 한다. 그러려면 뽑을 사람 없다면서 투표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출마하든지 주위에 출마를 권유해야 한다. 세상을 진짜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은 말 한마디 나눌 시간도 없는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자신,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일하고 있는 지역 일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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