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한국 인문학의 실체(實體)와 전개 과정
[경일춘추]한국 인문학의 실체(實體)와 전개 과정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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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강신웅 명예교수



‘인문학’은 해외에서 도입된 새 학문 분야도 아니며, 근래에 갑자기 자생된 새 학문도 아닌 전통적인 우리 학문이다. 서양에서의 인문학(Humanities)은 인간, 인간성, 인간애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학문이다. 중국에서는 인문학의 의미는 ‘대동천하’ 즉 ‘모두가 번창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한 학문, 즉 일종의 ‘인문사회과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 우리나라에서 만연하고 있는 인문학은 서양이나 중국에서 전해온 위 내용을 사실상 모두 다 포함하고 있다.

인문학을 순수한 우리 학문의 발달과정과 각 시대의 사상과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불교시대의 깨달음의 학문이념으로부터 출발했다. 성리학의 처사접물적 학문론과 실학시대의 비판과 반성적 학문론의 과정을 거쳐, 조선 말기 최한기라는 대학자에 의해 최고조에 도달했다.

불교시대의 학문관을 수립하는데 주도적인 구실을 한 원효(元曉)와 지눌(知訥)은 국민적인 대립을 넘어서서 스스로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고 했다. 성리학이 불교를 대신해 학문관의 주도적 구실을 하는 전환을 마련한 정도전은 사물인식의 바른 도리를 찾았으며, 이황(李滉)은 성리학의 원리를 깊이 추구하면서 덕행을 스스로 갖추는 내면적인 성실성을 중요시 했다. 학문을 하는 합리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종교의 교리나 윤리적 당위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거듭 배격하여 학문의 의의를 더욱 크게 평가했다. 그런데 성리학의 학문관은 마음가짐을 지나치게 중요시하고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적극 개발하지 않은 결함이 있어 실학시대에 비판을 받았다. 이수광은 윤리적 실천에 구애되지 않고 학문적 발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김만중은 성리학의 규제를 넘어서서 객관적인 사물의 실상과 바로 대면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정약용은 나라를 튼튼하게 하고 백성을 살리는 방도를 강구하는 것이 진유(眞儒)가 하는 올바른 학문적 사명이라고 했다. 최한기는 더 나아가 학문의 목적과 내용은 다양하지만 운동하고 변화하는 기(氣)를 근거로 하는 학문이라야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학문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오늘날 학문하는 사람들이 외국의 전례나 받아들이는 것을 능사로 삼지 말고 학문의 본질과 학문에 대한 자각적인 사고를 스스로 정립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한다. 우리는 현대의 미래지향적인 학문을 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이룩한 변혁들을 바탕으로 창조적으로 계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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