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0]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0]
  • 경남일보
  • 승인 2022.03.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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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1)
흐드러지다, 소담하다, 이울다, 바래다
그야말로 온 누리가 봄입니다. 곳곳에 갖가지 꽃들이 사람들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해 주고 있습니다. 저마다 피는 때도 서로 다르고 빛깔과 내음까지 달라서 더욱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지요. 이렇게 꽃이 많은 요즘 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꽃을 나타낼 때 쓰는 말 가운데 가장 많이 쓰는 말은 ‘피다’와 ‘지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피다’는 ‘꽃봉오리 또는 잎이 벌어지거나 줄기에서 생겨나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꽃봉오리가 벌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렇게 꽃이 피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흐드러지다’가 있습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매우 탐스럽거나 한창 성하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죠. 좀 더 쉽게 풀이를 하자면 ‘꽃이 활짝 다 피어서 보기가 참 좋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 ‘탐스럽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탐스럽다’를 써야 할 때 ‘흐드러지다’라는 말과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소담하다’는 말을 떠올려 쓰시면 좋을 것입니다.

‘피다’와 맞서는 말로 ‘지다’가 있습니다. ‘지다’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꽃과 아랑곳해 쓸 때는 ‘꽃이나 잎이 시들어 떨어지다’는 뜻입니다. 꽃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지다’의 뜻풀이에도 나오는 ‘시들다’는 말도 자주 쓰는데 ‘꽃이나 풀이 말라 생기가 없어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과 비슷한 토박이말 ‘이울다’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구요. ‘이울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꽃이나 잎이 시들다’라고 풀이를 하고 ‘시들다’, ‘기울다’와 비슷한 말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들다’는 말만 알고 써도 되지만 ‘이울다’는 말을 알고 있으면 말이나 글의 맛을 좀 다르게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꽃이 시들거나 이울 때 ‘꽃잎의 빛깔이 제 빛깔을 잃는 것’을 가리켜 ‘퇴색하다’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이 때도 ‘퇴색하다’와 비슷한 뜻을 가진 토박이말 ‘바래다’는 말을 알고 쓰면 더 좋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퇴색하다’를 말집 사전에서 ‘빛이나 색이 바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비슷한 말이 ‘바래다’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느낌, 생각, 뜻을 나타낼 때는 저마다 알고 있는 말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이런 봄을 나면서 보게 되는 꽃의 한살이를 나타낼 때 쓸 수 있는 토박이말을 알고 있으면 토박이말로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꽃이 만개했다’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꽃이 활짝 피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꽃이 탐스럽게 피었다라고 쓸 수도 있지만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또는 꽃이 소담하게 피었다고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시들고 있는 꽃을 보고 ‘꽃이 이울고 있다’고도 하고 꽃빛이 제 빛을 잃는 것을 보고 ‘화색이 퇴색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꽃빛이 바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좀 더 어릴 때부터 이런 토박이말까지 넉넉하게 배우고 익혀 저마다 느낌, 생각, 뜻을 마음껏 나타내고 막힘없이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뜻을 담아 이름쓰기(서명)을 받고 있으니 아래 그림을 찍고 들어가셔서 여러분의 뜻을 모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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