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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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3.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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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농파 리영성의 시조와 주변 이야기(1)
필자는 합천문인협회로부터 ‘합천문학사’ 중 ‘현대문학 개관’ 집필 의뢰를 받고 현대시조 시인 중에서 진주출신 리영성 시인편 자료를 찾다가 깜짝 놀라는 마음이 되었다. 어느새 그는 시조작품으로 우리나라 중진 반열에 드는 사람임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음을 알게 되었다. 리 시인은 필자가 젊은 시절 진주대아고교 교사로 있을 때 같이 근무한 선생이었다. 그때도 진주문인협회에서 한 사람의 후배 문우로 각별한 우정을 나누며 동고동락했다. 필자가 진주문인들의 자랑인 전국 문예지 ‘문예정신’의 주간으로 있을 때 편집장으로 일하며 뜻을 맞추던 정다운 시인이었다.

필자가 4년 전쯤에 합천의 향파 이주홍문학관에서 문학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지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는데도 매주 1회 4개월간을 한 시간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토론을 유도해 주기도 하고 출석을 독려해 주기도 했다. 그가 합천읍에 거주지를 잡고 앉게 된 것은 진주 명신고교 교사로 있던 중 김장하 이사장이 학교를 국가에 헌납하자 교사들은 각기 공립학교로 전출했다. 그때 리영성 시인은 합천고등학교 교사로 전출이 되고 이어 합천군 내로만 돌다가 퇴직하고 합천에 눌러앉게 된 것이다.

최근 그가 낸 시조집은 ‘연습곡, 사랑’(동학사)이다. 제목으로 보면 현대시집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시조집 앞에 붙이는 프롤로그는 멕시코에 사는 필자의 친구 김호길 시인이 썼다.

“리영성 시인은 진주 문화예술계의 거목이었던 고 기리 리명길 시인의 제씨로, 나와는 그분의 시조사랑과 후진 양성의 그 시조 텃밭에서 자란 동기간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바로 그 무렵부터 고향을 멀리 떠나 타관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그의 문학이 어떻게 변했는지 무심하게 지내온 셈이다. 그의 원고를 완독하고 나서 그를 다시 보게 되었고 그의 문학을 더 사랑하고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무위자연의 삶의 자세와 노장사상을 시문에 담아 동서고금 은일 시인의 종주로 추앙받는 저 귀거래사의 대시인 도연명이 오늘에 현현한 듯 굵고 팽팽한 사유의 진수를 보여 준다.”

필자가 볼 때도 김호길 시인이 바라본 대로 동양적 사유와 오달한 언어세계를 엿볼 수가 있었다. 그는 축구 테니스 배구 등 만능 스포츠맨이다. 시조 ‘축구공’을 한 번 읽어보자.

“장마 뒤 축구장에 흙탕 쓰고 앉아 있다./ 누군가 잊었을까 누구인가 버렸을까/ 무심히 걷어차 본다/ 아! 구른다 아직도// 밀어보고 돌려보고 골대 보고 힘껏 차고/ 박수 받던 젊은 날로 돌아간 듯 폼 잡아도/ 발 앞에 얼마 못가네/ 남 볼까봐 뛰는 맘//색 바래고 실밥 터져 못생긴 얼굴인데/ 널 보며 자꾸 내가 떠날 수 없는 것은/ 차이며 넌 뭘 생각했니?/ 물어보고 싶어서”

버려진 축구공이 자기 몰골과 같다는 점애서 애착이 간다는 것이다. 시조를 흔히 전아하고 전통적인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기 일쑤인데 리 시인은 그 세계를 일상으로 끌어내리고 있어 놀랍다.

리영성 시인은 운동에 있어 필방미인이다. 한때 국체에 경남대표 배드민턴 선수로 3형제가 출전하여 주간조선에 진주 스포츠 명문가로 취재대상이 되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3형제란 기리 리명길(경상대 법경대학장), 리영성, 리영란 3인을 말한다. 리명길 박사 바로 아래에 리영달 사진작가가 있는데 치과원장으로 배구선수 출신이었다.진주농고-서울대 치과대 다니는 동안 배구선수로 활약했다. 한때 진주축구선수상을 제정하여 시상했다. 리명길 교수는 축구, 배구, 테니스, 야구 등이 다 진주대표급 선수였고 리영성은 스포츠 지도자로 이름이 났다. 대아중학 교사시절 LA 올림픽 배구 국가대표 강두태 선수를 지도했고 LA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담임을 맡아 유도 입문을 시켰다.축구 국가대표 김호는 그의 친구였다. 이런 세계적 선수들이 리영성 행사때 나타나 축하를 해주기도 했는데 그는 정작 체육선생이 아니라 영어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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