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나의 마흔여섯 즈음에 대하여
[경일춘추]나의 마흔여섯 즈음에 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22.03.3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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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경 (진주 송강식당 대표)
조재경

 

이립(而立·서른 살)과 불혹(不惑·마흔 살·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지천명(知天命·쉰 살)이라는 외계어가 낯설지 않은 중년에게 앞으로 다가올 ‘어느 즈음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물음을 던집니다.

이립을 갓 넘긴 어린 나이에 밤 하늘의 별이 된 가인 김광석이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다면 이십대에 그가 노래했던 ‘서른 즈음’ 을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까. 그의 마흔은 또 어땠으며 반백살의 아침녘은 어떤 기분으로 걸었을까요.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의 그림자에서 인생의 해답을 더듬는 77년생 다둥이아빠는 궁금한 게 참 많습니다.

어느 드라마, 극 중 아버지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딸에게 아비로서 첫 길을 걸어온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뭔가를 더해 주지 못 한 사랑에 미안해하는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항상 처음을 맞이합니다. 시작을 통해 겪으며 익숙해지고 다가올 일과 벌어질 것들에 대해 예지하고 대비하며 하루하루를 쌓아 자신을 세월에 녹여냅니다.

첫 마흔이 되면서 어떤 다짐을 했었고 중반에 들어서며 구체적인 꿈을 그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판단의 실수와 잘못된 결정에 대한 후회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삼십대에 제가 바랬던 사십대의 삶은 지금의 것과 꽤나 달랐습니다. 물질적으로 더 풍요롭고 정서적으로 더 평안하고 흐린 날보다 맑은 날이 많은 이상향을 바랬습니다.

비우고 채워짐의 과정이 계절처럼 반복되고 만남과 헤어짐의 설렘과 아픔은 오롯이 자기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나무입니다. ‘마흔여섯 즈음’의 우리는 울창하게 숲을 이루는 활엽수는 아니지만, 외력에 굴하지 않고 견뎌내는, 잘 가공된 버팀목이 되어 각자의 곳에서 제 역할을 하는 믿음직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립과 불혹의 나이테를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알아주겠지요

다시 김광석으로 돌아옵니다. 타인의 시선은 흘려보내고 화려하지 않던 자신을 활짝 피우며 오지 않은 서른의 공허함과 상실감에 관조하던 가객의 나직한 음성이 들려옵니다. 주방장으로서의 제 삶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제 인생도 이런 삶이라면 좋겠습니다. 삼십년 후에 다가올 나의 두 번째 마흔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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