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백의종군 합천 종착지 가노라면
[경일칼럼]백의종군 합천 종착지 가노라면
  • 경남일보
  • 승인 2022.04.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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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목적지를 정하면 다음 단계는 도착하는 것이다. 안착을 위하여 방향과 속도를 고려해야한다. 방향은 방위를 향한 쪽을 말하고 속도는 물체가 나아가거나 일이 진행되는 빠르기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은 올림픽 육상경기 100m 달리기에 우승한 사람이다. 비결은 스타트부터 앞을 보고 최고 속도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 200m 달리기는 직선과 곡선이 반반이다. 직선 코스를 달리다가 곡선 구간에 접어들면 방향이 관건이다. 아무리 빨라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방향을 놓치면 골인 지점과 멀어진다. 모르는 길은 이정표를 잘 읽고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이순신은 생애 두 번째 백의종군 처분을 받는다. 기간은 1597년 4월 1일 한양 옥문을 나서 8월 3일 재임용까지 120일이다. 5월 26일 하동 화개를 통과하여 합천에서 47일을 머문다.

이순신 난중일기 합천분은 어느 장소에서 쓴 것일까? 원균 등의 모함으로 옥살이를 하던 이순신은 백의종군 처분을 받고 이동 중에도 전략을 짚어낸다. 초계지역 도원수 권율 장군 휘하에 머물면서 수시로 전황을 보고 받고 장군과 5차례 전략회의를 한다.

이순신 백의종군 합천 종착지를 목적지로 길을 나선다.

삼가 기양루는 삼가현성의 연회 건물이며 합천군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기와 누각이다. 서쪽 처마 안쪽에 양팔 길이 현판의 오른쪽 상단에 국기(國忌)를 제목 하였다. 태조 강헌대왕 5월 24일 건원릉 양주. 성종에서 중종으로 이어지고 선조 다음은 원종(元宗)이다.

기양루 앞에 거북선 모형의 백의종군 이정표가 있다. 거북선 본체를 기단으로 하고 대리석은 흰 돛, 오석은 검은 돛이다. 좌측 상단에 ‘이순신백의종군로’라는 이름을 달고, 우측에 위치(삼가 일부리)를 새겼다. 가운데 발바닥 도장에 두 개의 화살표를 달았는데 우측은 화개 114.7㎞, 좌측은 합천(율곡) 33.1㎞이다. 합천 대양 정양리 이정표에는, 6시 방향 화살표 끝에 화개 132.8㎞, 3시 방향으로 합천 15.0㎞이다.

1597년 6월 4일. 흐리다가 맑음. “강을 건너지 않고 곧바로 십리 남짓 가니 원수의 진이 바라보였다. 문보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서 잤다. 介硯(속칭 개벼루)으로 걸어 나오는 데 기암절벽이 천 길이나 되고 강물은 굽어 흐르고 깊었으며, 길에는 건너지른 다리(棧道)가 높았다. 험요한 곳을 눌러 지킨다면 만 명의 군사도 지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곳이 모여곡(毛汝谷)이다.”

1597년 6월 16일. 맑음. 종일 혼자 앉아 있었는데 와서 묻는 사람 하나도 없었다. 아들 열과 이원룡을 불러 책을 만들어 변씨 족보를 쓰게 했다.

이순신 집안 3대가 초계 변씨와 혼인했다. 할머니는 변함의 딸이며 어머니는 변수림의 딸이고 누이도 변기에게 출가했다.

1597년 7월 9일 무술. 맑음. 내일 아들 열을 아산으로 보내려고 제사에 쓸 과일을 봉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 밤은 달빛이 대낮같이 밝으니 어머니를 그리며 슬피 우느라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1597년 7월 18일 정미. 맑음. 통곡함을 참지 못했다. 얼마 뒤 원수가 와서 말하되, “일이 이미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사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직접 해안 지방으로 가서 듣고 본 뒤에 방책을 정하겠다.”고 말했더니, 원수가 기뻐하기를 마지않았다.

합천읍 입구에 어제의 일을 기록하여 더 나은 오늘이 되도록 난중일기를 쓰는 이순신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삶의 목표에 방향이 바르고 적당한 속도로 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이순신백의종군 연수원’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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