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그대는 삼 년 묵은 쑥을 준비했는가?
[경일춘추]그대는 삼 년 묵은 쑥을 준비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2.04.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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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인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
민영인 문화해설사


엘리어트의 ‘황무지’를 언급하지 않아도 이번 4월도 어김없이 잔인한 계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벌써 세 번째 갇혀서 맞이하는 봄인데다, 올해는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는 유가까지 겹쳐 가벼운 외출조차 겁이 날 지경이 되었다. 이 와중에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인물이 거론된다. 마치 비 온 뒤에 죽순이 올라오는 것과 같다. 우리는 지금 정치가 국민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만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좁은 지역 사회에서는 칡덩굴과 등나무 줄기가 얽히듯 복잡한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인해 민심은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이 와중에 꿋꿋하게 선거철만 되면 장돌뱅이처럼 이름을 올리고, 정치가 취미생활이 된 사람도 있으며, 카드 돌려막기도 아니고 이판저판 기웃거리다 슬쩍 끼어드는 사람도 보인다. 이러니 지방선거 무용론을 말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하나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서글픈 현실이다.

또 맹자왈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제자가 맹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 주왕은 어찌하여 천하를 잃었습니까?” 이에 대해 맹자는 간단하게 민심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자가 너무 뻔한 말이라 조금 실망한 모습을 보이자 “今之欲王者(금지욕왕자), 猶七年之病求三年之艾也(유칠년지병구삼년지애야)”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오래된 병에 3년 된 쑥을 구해야 하는 것과 같다. 쑥은 오래 말리면 말릴수록 약성이 강해져서 긴 병에 효험이 있다. 따라서 평소에는 주민들의 삶에 관심이나 성의도 없다가 선거철에만 나타나는 것은 급하다고 갓 베어온 쑥으로 효험을 보고자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행동이다.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긴 안목으로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된다는 말이다. 농부가 수확기에 좋은 결실을 보려고 농한기에 거름을 주고, 가지치기도 한 뒤에야 비로소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민주주의의 결정은 유권자들이 하는 것이다. 평소에 군림하다 선거철에만 허리를 굽히는 사람을 뽑을 것인가? 누가 선거기간에만 머슴이 되는 사람이고, 아니면 4년 임기 내내 머슴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우리는 진영논리나 지명도, 나와의 관계를 떠나 인성, 능력, 의지 등 평소에 보여준 모습으로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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