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경일시론]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 경남일보
  • 승인 2022.04.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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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그 겨울이 가고 또 봄이 가고, 또 봄이 가고(the winter may pass, and the spring disappear, and the spring disappear)’. 솔베이그가 연인 페르퀸트를 기다리듯 2주마다 바뀌는 방역지침을 지키며 엔데믹을 고대했지만 꽃피는 계절의 봄을 세 번째 맞아도 코로나19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 왕성하다. 그 사이 서민경제는 피폐해지고 소상공인들은 무너져 내렸다. 정부는 거듭된 추경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경제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없다. 억눌러 왔던 공공요금이 오르기 시작했고 덩달아 생활물가도 뒤따르고 있다. 원자재 값의 인상을 빌미로 공산품이 들썩이고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농산품과 석유류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이 비축해왔던 원유 수억 배럴을 방출하기 시작해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식용유값 오른 것이 무슨 대수냐 할지 모르지만 나비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닭튀김 값이 오르고 다른 물가도 자극하고 있다. 가정경제는 허리띠를 졸라매기 마련이다. 심상찮은 경제난은 위기로 치닫는 전조로 인식되어 여기저기서 지갑을 닫아 돈이 돌지않고 유통이 가라앉을 조짐을 보인다. 내수가 진작돼야 생산이 유발되고 그 여세가 수출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텐데. 수출이 늘어나도 적자인 판에 무슨 수출타령이냐 할는지 몰라도 우리는 수출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다. 참 살기가 팍팍한 세상이다. 코로나가 몰고온 현상이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퇴임을 한달여 앞두고 대통령 영부인의 옷과 장신구가 도마위에 올라 어수선하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특활비가 아니라 사비로 구입한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왜 국민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집요하게 진위파악에 나서는지 모르는 대증적 대처 때문이다. 의문은 또다른 의문을 낳고 변명은 구차해 자가당착에 봉착,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를 소환한다. FTA가 싫어 있지도 않은 광우병으로 정권에 항의하고 박근혜의 통치가 마음에 안들어 세월호를 핑계로 광화문에 운집한 대중, 마침내 최순실게이트로 이어져 정권이 무너진 것을 보면 대통령 영부인의 옷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마르코스의 독재와 루이 16세의 무력에 이멜다와 마리 앙뚜아네트가 제물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살기가 여유롭고 호주머니가 두툼하면 그냥 아량으로 넘어 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정치가십 정도로 회자되다 사그러질만도 하다. 살기좋은 나라 만든 대통령의 영부인이니 그럴만도 하다는 아량도 생기는 법이다. 삶이 어려우니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또 시간이 없어 어떻게 할 방도도 없다. 지난 5년이 안타깝고 코로나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이제 한달여가 지나면 새 정권이 들어선다. 지난 정권의 우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모든 역량을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살기가 여유로워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동력이 생기고 비로소 여소야대를 극복, 협치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인프레이션은 세계적 추세이고 농산물과 석유류로 인한 나비효과는 우리의 삶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세계를 경제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이 광우병과 촛불혁명을 돌파구로 삼는 현상을 막기 위해선 정치력이 필요하다. ‘영부인 옷’에서 보듯 대증적 대처로는 또다른 위기를 부른다.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에 방점을 두고 경제총리를 내정한 것은 매우 다행스런 포석이라 할만 하다. 경제가 풀려 소상공인들이 활력을 되찾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면 야당의 공세도 무력해지고 탄력을 얻어 자신감이 생겨야 잘하는 정치다. 세계열강들이 당선축하를 빌미로 앞다퉈 전화를 걸어 경제협력을 다짐하는 이유는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앞선 정권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문제는 경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it’s the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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