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이멜다
[천왕봉]이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4.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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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
뚜렷한 기억이 있다. 지금의 선진국 반열의 기반을 닦은 박정희가 서거했을 때 이멜다, 그녀가 필리핀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방한하여 조문한 장면이다. 유신 종말기인 70년대 말 까지만 해도 필리핀의 국제적 위상은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그 이전 그 나라는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의 부국으로 우리보다 우월적 형편이었다.
 
▶그녀의 남편,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집권시기와 형태가 여러면에서 박정희와 유사했다. 경제개발을 명분으로 정치독재를 감행했고, 장기집권 의지도 공히 상당했다. 필리핀 명문가 출신 정치인 마르코스는 최고급 명성의 미인대회 입상자인 이멜다를 갖은 구애로 배우자로 맞았다.
 
▶초기 집권시기와 달리. 부부는 부패의 상징으로 나락의 길을 걸었다. 매일 같은 소모적 파티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마르코스는 실각했고 망명지에서 사망했다. 이멜다는 정치적 부침을 겪으며, 수도 마닐라 시장에 장관을 거치고 구순을 넘긴 지금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치의 상징으로, 옷 등 장신구를 보관하는 창고가 웬만한 학교 면적보다 넓다고 알려져 있다.
 
▶곧 떠나는 대통령 부인의 의상비와 연관된 말이 지축을 흔드는 정도다. 사악하며, 넘치는 분수로 일관한 이멜다를 빗댄 말도 등장했다. 불명예다. 실상이 왜곡, 과장된 지경도 있을 것이다. 초심과 달리, 검약은 아니었다. 자업자득. 힘 빠질 때 분출되는 각양의 추문에 인간적 성찰이 필요하다. 세상살이, 한창 때의 우군은 소리없이 사라지는 이치 말이다. 앞으로 그 정도는 더해 질 것이다. 연민까지 생긴다.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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