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래길을 가다 [1]구두산목장길(15코스)
남해 바래길을 가다 [1]구두산목장길(15코스)
  • 최창민
  • 승인 2022.04.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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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쪽빛 바다, 벚꽃...봄으로 가는 길
절정을 이룬 남해대교 부근 벚꽃터널


올해는 남해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해방문의 해’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관광산업을 회복시키겠다는 지자체장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6월 서울코엑스 2021서울 국제 관광박람회에서 지역 국회의원, 군수, 홍보대사 주민 등이 모인 가운데 ‘2022남해군 방문의 해’ 선포식을 개최하면서 서막을 열었다.

남해는 500년 전부터 ‘꽃밭(花田)’이란 별칭으로 불렸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남해군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관광지가 많다.

해안가 산비탈 척박한 환경에서 한뼘의 땅이라도 개간해 삶을 영위했던 선조들의 흔적 다랭이논을 비롯해, 반세기 전 조국 근대화의 씨앗이 되고자 한 몸 헌신하며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 이제는 돌아와 따뜻한 남쪽 언덕에 자리 잡은 이른바 스토리가 있는 남해 독일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금산과 바다의 금싸라기 죽방렴 등이 그렇다.

여기에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남해 특급 관광상품 ‘남해바래길’이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에 못지않은 풍광을 자랑하는 바래길은 아직 홍보가 덜된 탓에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이에 본보는 남해섬 주민들의 삶이 담겨 있는 이 길을 널리 알리고자 남해바래길 본선 16코스를 16회에 걸쳐 격주로 탐방한다.



◇남해바래길은=‘바래’라는 말은 남해 어머니들이 가족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바닷물이 빠지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나 조개 미역 고둥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남해 토속어이다. 바래길은 이렇게 더도 덜도 없이 담백한 삶의 터전으로 향하는 진솔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서 남해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총 231㎞에 본선 16개 코스와 지선 3개 코스로 구성됐다.

취재팀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벚꽃이 만개한 남해 벚꽃길과 70년대 추억이 서려 있는 남해대교 남해각이 들어 있는 15코스를 시작으로 14코스 13코스 12코스로 역방향 진행키로 했다.



◇15코스 구두산목장길=구두산 언덕에 상상양떼 목장과 양모리학교가 있어 구두산 목장길이라고 한다.

출발지는 설천면행정복지센터→양떼목장→구두산 임도→노량공원→남해각→노량유람선 선착장 도착한다. 6.6㎞에 3시간정도 소요된다.

 
출발전 최은진 설천면 행정복지센터장과 탐방팀이 기념촬영을 했다.


◇출발 9시 10분=이날 탐방에는 본보 취재진을 비롯해 남해관광문화재단 남해바래길 윤문기 팀장, 고영진 본보회장. 정창호 전 남해해성고 교장 등 7명이 참가했다. 최은진 설천면센터장과 함께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출발했다.

길을 행정복지센터 왼쪽을 돌아 뒤편 산으로 이어진다.

윤문기 팀장이 행정복지센터 옆에 서 있는 바래길 안내판에서 코스 주행 시 주의할 점과 안내스티커 및 이정표 활용법, 15코스에 대한 포인트를 설명했다.



 
순방향 이정표


◇안내스티커 및 이정표=바래길에는 트레킹을 안내하는 ‘스티커’와 ‘리본’, 두 종류의 이정표가 전봇대나 나무기둥에 붙어 있다. 이정표를 따라 가면 누구나 쉽게 길을 잃지 않고 주행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스티커는 파란색과 빨간색 두 종류이며 순방향 주행은 빨간색, 역방향은 파란스티커를 따라가면 된다. 리본은 방향 관계없이 공통으로 노랑과 빨강색계열이 함께 걸려 있다.

전봇대에 붙어 있는 파란 스티커를 따라 마을 안길로 들어간다. 갈림길에서 리본이 걸려 있는 오른쪽을 따라 올라간다.

어느 정도 오르다 숨을 고르고 뒤돌아보면 설천면 앞바다가 펼쳐진다. 가슴이 활짝 열리고 숨쉬기가 한결 편안해진다.

드넓은 바다가 눈을 정화한 것도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코로나로 입과 코를 틀어막았던 마스크를 잠깐 벗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하늘과 산, 바다가 하나 되는 풍경, 한려해상의 쪽빛 바다와 다도해, 그림과 같은 정경이 가슴에 안긴다.



 
벚꽃과 여인들


설천면은 남해의 관문이자 이 충무공의 충혼이 깃든 곳으로 전형적인 해안마을이다. 인구 2800여명에 1588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주로 벼(250ha), 마늘(112ha), 시금치(125ha), 굴양식(96ha)을 하고 있다. 유자는 15ha정도이다. 설천초·중학교 각 1개교가 있고 정태마을을 비롯해 내곡 동비 문항마을 등 19개의 크고 작은 마을이 있다.

마을 안길을 벗어나 20분정도 올랐을 때 산길이 끝나고 차로를 다시 만난다. 양떼목장으로 이어지는 찻길로 주말에는 차량운행이 많아 주행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랭이 논에는 땅을 팔겠다는 입간판이 몇곳 보인다. 귀향하려는 이, 혹은 귀농·귀촌인들의 로망이 될 만한 땅이다.

길 옆 곳곳에 자라고 있는 유자나무. 과거 유자가 귀할 때는 자녀의 대학공부를 시킬 수 있다하여 대학나무로 불렸는데 수요가 급감하면서 요즘은 방치되다시피 한 것이 많다. 중국 양자강 상류가 원산지인 유자는 통일신라 문성왕 2년(840년)에 장보고가 당 상인에게 선물로 받은 유자를 갖고 온 것이 펴졌다는 설이 있다. 남귤북지(南橘北枳), ‘회수 남쪽의 귤을 회수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인데 자꾸 남해유자가 떠오르는 건 지역 때문이 아니라 시절 탓이리라.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5개 마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원묘원을 지난다. 농토가 제한적인 섬의 특성상 묘지 쓸 곳이 마땅치 않은 남해에는 공동묘원이 발달해 있다.



 
상상양떼목장의 양들


고개를 넘어서면 ‘상상 양떼목장’이다. 바래길은 산을 넘어가지만 잠시 벗어나 양떼목장으로 향한다. 10만평의 편백 숲과 어우러진 양떼목장은 이국적인 풍취를 자랑한다. 요즘은 어린이들의 체험장으로 인기라고 한다. 실제 방목 양떼들이 울타리가 쳐져 있는 길 옆까지 다가와 놀아준다. 이 목장에는 양 외에도 사슴, 앵무새, 토끼 등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커피와 빵 등 식음료를 팔고 있는 목장 카페의 전망이 일품이다. 이 목장 외에 남해에는 양모리학교, 양마르뜨언덕이 있다.

목장에서 나온 바래길은 임도를 타고 산을 넘어간다. 지금까지 남해 큰 바다 쪽이 조망이었다면 이제는 내륙쪽 바다 하동이 시야에 들어온다. 내륙의 여느 산길과 다름없는 평이한 임도가 한동안 이어진다. 고도를 낮추는 구간이기에 힘이 덜 드는 편이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


2시간 30분이 지났을 때 두개의 대형교량, 한국 최초의 현수교 남해대교와 세계 최초의 경사주탑 현수교 노량대교가 오버랩 된다. 1973년 6월 완공된 길이 660m의 남해대교는 남해의 화려했던 과거의 상징이다. 이 다리로 인해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과 남해섬 전체의 개발에 이바지했다. 당시 최초의 현수교라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남해각 나이트클럽 양식당 찻집 여관을 비롯해 인근 음식점, 주변상권이 성업했다. 전국의 수학여행자, 신혼여행객, 동호인 친구, 행락객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하지만 이도 잠시 전국 곳곳에 유명관광지가 생기고 2000년대 남해섬에 창선 삼천포대교와 노량대교가 놓이며 남해대교와 남해각은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남해군은 최근 남해방문의 해를 계기로 남해각을 되살렸다. 휴게소라는 특성을 유지하며 남해에 결핍된 문화적 기능을 넣어 재생을 시작했다. 지역의 이야기를 발신하고 여행자들이 남해를 스케치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남해대교 뒤편에는 노량대교가 버티고 서 있다. 한때 가장 규모가 컸던 남해대교가 상대적으로 노량대교에 밀려 왜소하게 보인다. 남해대교가 세계 최초의 경사 주탑 현수교 노량대교에 명성을 넘겨준 격이다.

바래길 15코스는 출발 3시간10분 만에 남해각을 지나→회집과 식당가가 즐비하게 늘어선 노량유람선 선착장부근에서 끝난다. 이곳에는 때마침 만개한 벚꽃이 행락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정점을 찍고 차츰 안정화되고 있는 시기에 만개한 벚꽃은 주말 상춘객들을 끌어 모았다. 남해대교에서 해안 길을 따라 펼쳐지는 설천 왕지마을 벚꽃은 감탄을 자아낸다.

김윤관기자



 
 
호젓한 남해 바래길
최근 다시 문을 연 남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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