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경 (진주송강식당 대표)
언 땅을 뚫고 파릇한 아기순이 돋아나는, 대지에 생기가 움트기 시작하는 4월, 잠시 잠깐 찾아와 남도에서 올라오는 봄기운을 시샘하는 추위조차 말머리에 꽃이 들어가는 아름다운 달, 어느 시인은 역설로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고 배고프던 옛 시절 보릿고개, 한 숨 지으며 넘어야 했던 진실로 잔인했던 달 4월
만우절 4월 1일 텔레비전. 19년 전, 홍콩배우 장국영에게 4월 이튿날의 찬란한 여명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국영은 영화 ‘아비정전’ 속 그인 ‘아비’가 말했듯 발 없는 새의 마지막 모습으로 우리 곁을 훨훨 떠났습니다. 이십 대 중반, 내 삶의 격동기에 맞닥뜨린 그의 죽음은 왜? 라는 묵직한 물음을 남기고 거짓말처럼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만우절 4월, 16일. 진도 팽목항.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안산 단원고 아이들 325명을 태운 이 여객선은 부끄럽게도 뒤집힌 채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며 잔인토록 서서히 생명의 불꽃들을 짠물로 꺼트리며 소중한 생명을 무참히 앗아갔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닙니다.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고 슬퍼하고 기억할 뿐입니다.
사는 게 바빠 4월의 하늘을 아직 제대로 올려다보지 못했습니다. 마스크라는 가면을 쓴 채 서로의 습기 찬 눈동자만 바라보는 시간 동안 각박해진 하루살이가 한 몫 했겠지만 그럼에도 파란 하늘 아래 살아 있으므로 아직 희망을 봅니다.
4월의 놀이터. 술래가 된 주방장이 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술래의 주문을 외칩니다. 제가 주문을 외는 동안 친구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제 등 뒤로 다가와 등을 때리고 도망가야 이기는 놀이입니다.
4월에는 거짓말 같은 날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술래가 외칩니다.거짓말꽃이 피었습니다. 거짓말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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