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73) 목련 그림 (김남권)
강재남의 포엠산책 (73) 목련 그림 (김남권)
  • 경남일보
  • 승인 2022.04.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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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도서관 앞 행길 가에서 나이 든 엄마가

어린 딸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을 걸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서서 머리를 쓸고 다듬고 넘기는 동안

딸애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비스듬히

엄마 얼굴을 올려다보며 웃고 있다

머리를 다듬은 손으로 어깨를 다독이고

어깨를 다독인 손으로 볼을 쓰다듬는

저런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엄마라는 우물에 하느님이 지느러미를

풀어 놓고 자식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인가

두 모녀가 하얀 웃음을 흘리며

손잡고 떠난 자리에 사월의 바람이 눕고

목련보다 더 새하얀 구름 꽃 낮별로

돋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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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계절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어린나무가 꽃송이를 밀어내는 것을 보는 엄마는 대견한 눈길을 보냅니다. 바람은 부드럽고 엄마의 미소에는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런 엄마 얼굴을 올려다보는 아이는 웃음을 함박 머금었습니다. 그때 꽃은 자신을 다 열어 활짝 피는 것일 테죠. 진부도서관 앞 목련나무에 4월이 눕고 새하얀 구름이 낮별로 돋아납니다. 어린 딸의 머리를 매만지고 말을 걸고 어깨를 다독이고 볼을 쓰다듬고, 이런 풍경 자체가 꽃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모녀가 웃음 흘린 자리에 홀연히 핀 목련이 거룩한 사랑으로 다가옵니다. 엄마라는 우물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름이란 걸 새삼 일깨우는 화자는 스스로가 시인임을 알아챕니다. “나는 이제야 겨우 시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말하는 시인의 계절이 환해집니다. 시인이란 무릇 몸속에서 시를 뱉어내기 전 따듯한 온기로 언어를 감싸야 하는 것입니다. 풀꽃 한 송이의 숨결을 어루만질 줄 알고 숨은 사랑의 전령사가 되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시인이 내뱉는 말은 깨달음의 무늬가 아닐는지요. 언제쯤 나는 이제야, 겨우, 시인의 마음일 수 있을까요. 목련나무 아래에 가만히 누워 꽃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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