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한류의 날개’ 단 고추장 수출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한류의 날개’ 단 고추장 수출
  • 경남일보
  • 승인 2022.04.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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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은 된장, 간장과 함께 고춧가루를 주원료로 하여 찹쌀과 메주 등을 섞어 만드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양념 중 하나로 꼽는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 고추장을 먹기 시작했을까? 고추장의 기원과 역사에 관하여는 여러 설이 분분하다. 우선 고추장은 주요 재료인 고추가 포르투갈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임진왜란을 통해 조선으로 건너왔기에 16세기 이후 등장했다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는 편이다. 그렇지만 한국식품연구원측은 이보다 200여년 앞선 1433년 세종 15년 발간된 ‘향약집성방’과 1460년 세조 6년에 발간된 ‘식료찬요’에 등장하는 ‘초장’(椒醬)이라는 표현이 고추장의 원류라고 주장하였다. 1766년 영조 42년 유학자 유중림이 홍만선의 ‘산림경제’를 늘리고 보충하여 간행한 농업서적인 ‘증보산림경제’에도 고추장을 담그는 법에 관한 기록이 등장한다. 고추장을 홍보하고 있는 순창군에서도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찾아가던 도중 순창고추장을 먹었다는 설화를 근거로 고추장의 원류를 이 초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학계에선 한 재료에서 발효 음식이 우연히 발견되기까지는 200년 이상 걸린다고 본다. 고추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데 적어도 100년이 걸리고 김치나 고추장 같은 저장법을 발견하는 데 약 200년이 소요된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면 100년 안에 발효식품을 탄생시켜 임금님이 즐겨 먹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논리의 비약이 되고 만다. 임진왜란 때에 고추가 들어왔다면 결국 김치나 고추장이 1900년대에 들어서야 만들어지는 결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어의였던 이시필(1657년∼1724년)이 집필한 ‘소문사설’에 수록된 순창고추장의 제조법은 최초의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조선의 왕들 중 영조가 특히 고추장을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전 세계적인 한류 붐에 따라 K-food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김치에 이어 이른바 ‘K-소스’로서 고추장에 관한 관심과 구매 이용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국적인 맛을 추구하는 서양권 요리사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고 특히 자체적으로 만든 소스류의 재료가 되기도 하는 등 용도도 다양해졌다. 게다가 김치와 라면의 매운맛에 적응하기 시작한 일부 서양의 식도락가들과 외국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도 이미 지난 2009년 제32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Korean hot pepper paste’가 아닌 한국어 발음 ‘Gochujang’으로 국제식품규격을 통과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개발한 고추장 매운맛의 단위도 그래서 GHU(Gochujang Hot taste Unit)로 표기하기로 하고 2020년에는 세계규격으로 채택되었다. 고추장 매운 맛의 등급은 매우 매운맛, 매운맛, 보통 매운맛, 덜 매운맛, 순한 매운맛 5등급으로 매긴다.

K-pop,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의 인기를 타고 고추장을 비롯한 K-소스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펴낸 ‘2021 가공식품 시장 현황조사’를 보면, 지난해 한해 고추장 수출액은 5093만 달러로 전년도 3767만 달러에 비하여 35% 늘어났다. 5년 전인 2016년 수출액 3133만 달러와 비교하면 63% 늘었다. 양으로 환산하면 2만 1542t에 달한다. 주요 국가별 수출 현황을 보면, 베트남·타이·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수출 증가세가 현저하다. 수출액은 미국이 26.4%, 중국은 17.3%, 일본이 10.3%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증가율은 태국과 필리핀이 각각 113%와 56%로 크게 앞서고, 대륙별로는 중남미 수출액이 52만 달러로 전년도의 17만 달러보다 194%나 증가했다. 중남미에서도 한류열풍과 더불어 한국의 고추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방송에서 먹은 떡볶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매운 라면 먹기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고추장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고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에서 한국의 매운 음식 챌린지 열풍이 분 데다가,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음식이 인기를 얻으면서 고추장 수출이 빠르게 늘기 시작한 것이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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