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1]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1]
  • 경남일보
  • 승인 2022.04.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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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2)
꽃보라, 꽃비, 꽃눈개비, 꽃놀이, 꽃물결
흐드러지게 피어서 우리 눈을 맑혀 주던 꽃들이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아쉽습니다. 열흘 가는 꽃이 없다고 했던 옛말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둘레에 꽃이 많아서 일터를 오가며 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실을 나가도 벚꽃을 실컷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엊그제는 바람에 날리는 벚꽃 잎을 보면서 “저걸 보고 ‘꽃보라’라는 토박이말을 떠올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제철 먹거리가 몸에 좋듯이 말도 제철 말을 알고 쓰면 참 좋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서 지난 글에 이어 오늘도 ‘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꽃보라’는 두 해 앞에 ‘물보라’, ‘눈보라’를 알면 그 뜻을 어림할 수 있는 말이라며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에 담아 두었다 꼭 써야지 하고 굳게 마음을 먹어도 잘 안 되는데 그냥 보고 넘겨서는 써야 할 때 생각이 잘 나지 않는 게 참일입니다. ‘꽃보라’는 ‘바람에 날려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많은 꽃잎’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며 꽃을 잡으러 가는 아이들한테 “이게 꽃보라야.” 한 마디 해 주기도 했지요. 바람에 물방울이 날리면 물보라, 눈이 날리면 눈보라, 꽃이 날리면 꽃보라 라고 고리를 지어 놓으시면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꽃비’라는 말도 같이 알려드렸습니다. ‘꽃비’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비가 꽃잎처럼 가볍게 흩뿌리듯이 내리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고 ‘꽃잎이 비가 내리듯 가볍게 흩뿌려지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꽃눈개비’라는 말도 있습니다. ‘눈이 내리는 것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꽃잎’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위에서 보신 ‘꽃비’보다는 좀 많은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나타낼 때 쓰면 좋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날 동안 많은 분들이 곳곳에서 ‘꽃비’, ‘꽃눈개비’를 보셨을 텐데 ‘꽃비’, ‘꽃눈개비’라는 말을 글을 쓰실 때나 말을 하실 때 쓰신 분은 또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여전히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이 널리 퍼지고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꺼리기 쉬운데 예쁜 꽃을 보고 싶은 마음에 집을 나선 분들이 꽃 둘레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꽃놀이’를 다녀온 아이들의 글에서 ‘꽃놀이’라는 말을 보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록달록 나들잇벌을 입고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꽃물결을 보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꽃물결’이라는 말도 떠올려 쓸 수 있을 것입니다.

4월 13일은 ‘토박이말날’입니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켜 북돋우자는 뜻으로 만든 토박이말날이 다섯 돌을 맞았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함께 토박이말을 생각하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이런 예쁘고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혀서 나날살이에서 부려 쓰며 살 수 있도록 나라 갈배움길(국가 교육과정)을 꼭 고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누리집에 오시면 다섯 돌 토박이말날을 맞아 마련한 몇 가지 잔치를 알리는 알림감과 함께 토박이말을 살리자는 뜻을 담아 이름쓰기(서명)을 받고 있으니 아래 그림을 찍고 들어가셔서 여러분의 이름을 올려 주시는 것이 토박이말날을 더욱 뜻깊게 보내는 좋은 수가 될 것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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