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떳다방 선거구’ 정치혐오 부추긴다
[경일시론]‘떳다방 선거구’ 정치혐오 부추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4.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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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세상을 사는 일, 특정한 현상과 사람을 싫어하거나 증오심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보거나 만나면 기운이 다운되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들 말이다. 스스로의 조절한계도 원인이 되지만, 타인 혹은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종의 혐오(嫌惡)가 발동하는 것이다. 발달심리학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장시키는 현상 가르켜 ‘과잉일반화’(overgeneralization)로 일컫는데, 혐오도 그 범주로 본다. 


철학을 전공했지만 정치학, 특히 현실 정치필드서 발군의 집필 역량을 보인 Dr. Nussbaum(누스바움) 시카고대 교수는 ‘혐오’는 현역 정치인이 양산하며 대중들에게 공포심까지 안긴다는 사실을 조목 조목 실증한 바 있다. 그녀의 역작, ‘타인에 대한 연민’, ‘정치적 감정’ 저술을 통해서다. 각각의 상대가 지니는 혐오는 정치인이 가장 적절히 이용하고 즐기는 단골 메뉴임을 철저히 논증한다. 우리에게도 그 서명(書名)으로 번역, 출간되어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바 있다. 연전의 일이다.


정권을 바꾼 대선을 한달여 지낸 지금, 지방권력 향배를 가를 ‘지선’ 열풍이 한창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유권자의 혐오로 느낄만한 ‘비정상’이 곳곳에 지천이다. 대선이 한창일 때, 당시 집권당 대표는 정치쇄신을 기치로 향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당의 대통령 후보 득표를 위한 살신같은 의지를 비쳤다. 신선한 충격으로, 당연히 자당 후보의 기세를 높이는데 적지 않은 기여로 작용하였다. 웬걸, 대선이 끝난 불과 며칠만에 그 불출마 약속은 덧없이 파기됐고, 곧장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떠나, 서울시장 출사를 알렸다. 유권자에 대한 속임수, 기망(欺妄)이란 말 외에 무엇으로 정당화될지 헛웃음까지 여민다. 


곧 화려한 집권당이 될 상대도 도긴개긴 같다. 어릴적 동네 냇가서 멱한번 감지 않던 낮선 곳, 학창시절도 없던 이방지대, 존비속 합쳐 일시간 거주도 없었던 타관에서 지명도만 내세워 자신을 키운 ‘선거구’를 등지고 거대 광역 도지사에 도전하는 후보도 나왔다. 정도는 다르지만, 지역을 불문하고 여야 공히 유사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선거구, 주식거래의 ‘단타 매매’, 부동산의 ‘떳다방’ 연상이 자연스럽다. 양자의 공통분모는 투기에 기회주의로 읽힌다. 


국회의원 사퇴 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일도 같은 맥락의 그 영역이다. 정치혐오가 여밀만 하다. 임기 중 중도사퇴는 헌법위반을 상정할 만한 사건으로도 갈음될 수 있다. 독립적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한정한 헌법 조문이 그 까닭이다. ‘내 집’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건물을 지을 때는 설계도나 시방서를 근거로 쌍방의 합의에 따라 계약서를 나눠 가진다. 공사 개시로 선급금에 기성금을 지불한다. 비로소 완공하면 잔금을 치른다. 상도(常度)의 기본이다. 공사 도중에 더 좋은 계약건이 생겼다 하여 공사를 중단하거나, 남 한테 떠넘기고 새로운 이익을 챙기는 사업자와 견주면 야박하고 과장된 비약일까. 정치적 이기주의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려운 일로, 몰매가 십상같다. 공공지대인 선출직의 상대는 유권자 즉, 주민이기에 더 그렇다. 


정치인의 이기심이 정치질시, 냉소를 더 고착화 시킨다. 이러한 혐오는 공동체 성장의 저해를 부른다. 그 종국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미국철학회 학회장을 지낸,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지성인’의 한명인 누스바움의 말을 다시 빌린다. 국민의 보편적 정서를 최대치로 끌어들이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 했다. 그 결과로 품위있는 사회가 조성된다는 사실 말이다. 돈, 이익만을 쫒는 ‘단타 매매’나 ‘떳다방’에 함몰된 처신은 그 잣대를 한참 비켜 간 것 같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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