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경일춘추]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 경남일보
  • 승인 2022.04.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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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경 (진주 송강식당 대표)
 
조재경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는 기족들에게 반드시 뒷모습을 남기고 떠납니다. 일터로 향하는 어른들의 뒷모습엔 앞날에 대한 희망과 가족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약간의 비장함이, 등교하는 아이들의 그것에는 학교생활의 즐거움과 학업에 대한 고단함이 보입니다. 이렇게 공존하며 아침 안개 속으로 희미해져 가는 서로에게 소리 없는 응원을 보냅니다. 상대에게 보여지는 뒷모습은 지켜보는 이의 눈을 통해 재해석되므로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며칠 전 자정이 다 된 시간, 다둥아빠는 동네 스터디카페 앞을 서성입니다. 입구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을 큰딸의 뒷모습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집으로 돌아오늘 길에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진열대 사이를 누비는 아이의 뒤를 따르며 주전부리를 부지런히 고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심야가 주는 고요함과 달빛 아래 아이와 함께 걷는다는 설렘이 교차하며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는 딸의 뒷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온다고 합니다. 십오 년 전에 아빠 곁으로 와 준 아이의 해맑은 과거와 무서운 세상이지만 슬기롭게 천천히 배워가는 아이의 현재는 매 순간 고귀한 작품으로 제 마음 속 갤러리에 걸렸습니다.

이제 아이는 어떤 작가가 되어 미래의 뒷모습을 보여주게 될까요. 우리는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옷매무새를 챙기며 앞모습에 집중합니다. 눈과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엔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자신을 포장해 존재감을 증명하려 합니다.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뒤를 돌아보는 의식적인 행동을 하는데 이는 따라오는 자신의 영혼을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영혼을 뒤에 남겨둔 채 앞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인간의 참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오히려 영혼을 삶의 지표로 삼아 그 영혼의 뒷모습을 따르는 삶은 어떨까요. 제 뒷모습을 그려봅니다. 아들이자 아빠이며 남편이자 주방장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중년의 뒷모습. 저의 뒷모습은 하나지만 이들은 각자의 별점을 주며 자신들의 갤러리에 걸려 있는 제 작품을 상상합니다.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제 뒷모습을 상상하며 아이의 미래를 그려 봅니다. 지식으로 가득 찬 무거운 가방의 무게 이상의 것들을 짊어지겠지만 지혜를 키우며 앞모습만큼 소중한 뒷모습을 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다둥아빠도 그런 어른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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