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욱 (김취열기념의료재단 이사장)
무엇이 공정한가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말처럼 쉽다면 이미 해답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촛불집회를 거쳐 뒤이어 등장한 두 번의 정권교체를 경험하면서도 여전히 공정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임을 알고 있다. “공정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관행이었다”라는 말로 변명하고, “공정함을 위해 새롭게 변화하자고 말하면 전례가 없다”는 말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것이 세대간의 차이인지, 아니면 변화를 겪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인지는 필자도 모른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에 서로 다른 이견이 있겠으나 조그마한 병원 하나를 운영하는 필자로서도 공정하게 직원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다. 평균적인 기여가 무엇인지를 책정하고 여기에 가감을 어떻게 평가해야 공정하다고 할 것인지는 이 업을 운영하는 필자의 평생 숙제이다.
우리가 공정을 말할 때에 크게는 내부 구성원간의 대가의 적절성이라 할 수 있는 내적 공정성 뿐만 아니라, 동일 또는 유사 업종간의 평균적이고도 비교적인 외적 공정성까지 포함한다. 이천쌀집 (SK하이닉스)과 수원갈비집 (삼성전자)과의 얼마전 임금 및 포상금에 대한 논쟁은 외적 공정성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편, 약 10여년전 금융시장의 메카인 월스트리트에서 펼쳐진 시위는 내부 공정성도, 외부 공정성도 아닌, 해당 금융산업 전체에 대한 공정성 문제였다. 전세계의 절대다수가 따르고 있는 시장경제의 핵심은 바로, 누구나 자신의 노력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이와 동시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스스로 감수한다는, “권한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는 대원칙에 기반한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의 투기행위 실패로 파산에 이르러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보상받고, 반면 이익이 생겼을 때에는 자신들의 이익으로 챙겨가는 기형적인 불공정 시스템이 지탄받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불공정이 없어졌나? 대마불사라며 국민 세금으로 회생하고 연명하는 기업이 과연 없어졌나? 이것은 과연 공정한가? 무려 총10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작년에만 1조 7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국민 부담으로 월급을 받는 것이 만성화된 된 모 조선사의 최근 현황이 주목되는 것도 결국 공정에 관한 이슈 때문이다.
우리는 공정을 말하지만 작게는 나를 둘러싼 공정에만 신경을 쓴다. 정말 우리가 불공정을 없애려면 “비용과 손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고, 정작 이익이 발생하면 모두 사유화”하는 잘못된, 불공정한 시스템이 있는지를 사회와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정말로 공정을 말한다면 우리는 이 같은 시스템의 불공정을 없애야 한다. 각 개인의 노력에 대한 대가의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그 공정성이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의 공정성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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