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인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
어느 순간부터 현실정치에 관심을 멀리하고자 의도적으로 뉴스도 안 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 땅에서 매일 숨 쉬고 살아가고 있으니 멀어지고자 한들 뜻대로 되지 않음은 어쩔 수 없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분명 세월은 가고, 정권도 몇 번 바뀌었는데 인물은 10년 전, 20년 전 그대로다. 마치 옛날 뉴스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인물이 없나 라는 생각이 들며, 이 기득권자들의 현란한 변신술과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맹자가 살았던 시대는 전국시대로 군웅이 할거하는 혼돈의 시기였다. 제자들이 맹자에게 소신을 조금 굽히고 제후들을 만나 설득을 하라고 권했다. 이에 답하길, “且夫枉尺而直尋者(차부왕척이직심자), 以利言也(이리언야)”, ‘대저 한 자를 굽혀서 여덟 자를 편다는 것은 이익으로써 말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의(義)를 버리고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며, 진나라 대부 조간자(趙簡子)의 수레꾼 왕량(王良)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 두 번째 사냥을 나갔을 때는 왕량이 바르지 않은 방법, ‘궤우(詭遇)’를 사용하여 새를 쉽게 잡을 수 있도록 했다. 현실에서는 사익이나 자리보전을 위해 범아치구보다는 자신의 이념이나 지조를 버리고 남에게 영합하는 궤수(詭隨)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의인 양 궤변(詭辯)으로 혹세무민하려는 자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맹자는 “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인불가이무치 무치지치 무치의)”, ‘사람이 수치가 없으면 안 된다. 수치스러운 마음이 없음을 수치스럽게 여기면 수치스러운 행위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혼돈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두가 범아치구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사람으로서의 양심은 지키고, 잘못했을 때는 솔직히 인정하고 그 잘못을 부끄러워하기를 바란다. 교묘한 임기응변이나 화려한 말장난으로 자신의 죄를 영원히 숨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