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안전지대 : 유 죤(zone)
[경일춘추]안전지대 : 유 죤(zone)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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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경 (진주 송강식당대표)
조재경


한국 연예사에서 최근 20년 동안 군림하며 방송가를 누벼오던 유재석의 오늘자 기사를 보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실망의 대상은 인물 유재석이 아닌 예능을 만드는 자들이었다.

얼마 전 종편에서 새로 기획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모 피디는 ‘기획부터 유재석만을 생각했다’며 그에 대한 100% 신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다. MBC의 ‘놀면 뭐하니’에서도 유재석을 필두로 같은 소속사 식구들과 이미 함께 했던 과거의 식구들을 소환해 재히트를 실시간으로 기획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정글처럼 처절하고 무서운 방송계에서 전국의 신도들을 자발적이고 유쾌하게 결집시키는 유느님의 모습이다. 제작진을 동료로서 인간적으로 대하고 모든 게 서툰 신인 출연진까지 보살피며 보조출연자들과의 원만한 합을 이끌어가는 그는 능력과 인품은 보는 이를 감동케 한다.

친근한 외모와 철저한 자기관리, 게다가 주위를 돌아보는 따뜻함까지 고루 갖췄으니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이른바 지상파로 불리는 방송3사를 포함해 종편에서까지 유재석을 특정해 방송을 제작하는 것은 그의 개인기량에 모든 것을 맡겨서라도 시청률을 끌어 올리려는 이유 때문이리라.

시청률이 높으면 당연히 광고가 붙고 광고는 방송사의 주된 수입원이 된다. 시청률 안전지대, 유 죤(zone)의 출현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더 이상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기대할 수 없는 시절이다. 잘 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비슷한 형태로 비슷한 출연진을 섭외해 시간을 채우면 그만이다. 유재석 같은 걸출한 방송인이 없다면 출연자들을 떼지어 앉혀서라도 시청자의 구미를 만족시켜야 방송국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다.

김태호 피디는 진담인 듯 농담으로 한국의 예능은 유재석 전과 후로 나뉜다고 했다. 유재석은 과연 대체불가의 존재인가. 예능 제작진이 모여 사는 동네, 안전지대가 위태로워 보인다. 감각 넘치는 작가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젊은 피디의 연출력으로 무장한 똘끼 넘치는 프로그램의 부재 속에 개인방송채널은 끊임없이 슈퍼스타를 배출하고 있다. 유 죤이라는 온실에 유재석바라기가 피었다. 이 꽃들이 야생으로 나오지 않는 한 더 이상의 개화는 보지 못 할 지도 모른다. 인간 유재석의 매력을 시청자가 언제까지라도 고스란히 흡수하기를 바라는 것은 예능을 만드는 자들의 ‘무모한 도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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