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주시사 편찬과 간행의 의미
[기고]진주시사 편찬과 간행의 의미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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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진주시사편찬위원장)
김영기

 

진주시가 오는 2024년까지 시사를 편찬·간행하기로 하였다. 진주시는 지난 2월 11일 대학교수와 언론인 등 지역의 각 분야 인사 25명을 편찬위원으로 위촉하여 시사편찬 체제를 갖추었다.

진주시가 수립한 시사편찬의 개요를 보면, 시대사와 분류사 각각 다섯 권씩 모두 열권으로 하여 디지털시대에 맞는 시사를 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소요예산은 모두 14억원으로 잡았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진주시사 간행은 현재 시정에서 힘써 추진해 온 문화행정과 맥을 같이하는 일이고, 어찌보면 문화행정의 근간을 마련하는 일로서 매우 뜻깊고 중요한 문화정책의 결정이라고 평가하겠다.

문화정책이란 그 중요성이야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다만 복지정책과 달라서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법인데, 진주시는 인기영합에 빠지지 않고 어려우나 중요한 정책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진주시사 간행이 갖는 가치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이는 역사를 “기억된 과거”라 하였고, 또 어떤 이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슬기로운 민족”이라 하였다. 또 “역사는 지혜의 곳간”이라고 하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제대로 정리된 진주시사를 수 십년간 간행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강하정의 뛰어난 인물들, 삼우당 문익점과 남명 조식, 그리고 임진왜란의 남명학파 의병장과 진주농민항쟁의 주체와 진주형평운동가와 같은 기라성 같은 자랑스러운 인물들을 기억하며 그들로부터 배웠어야 했는데, 그걸 외면하거나 소홀히 한 사람들로 살았다.

이제 비로소 진주의 역사를 기억하고, 선대들이 쌓아서 남긴 지혜의 곳간을 짓는 일, 즉 시사의 편찬·간행에 나선 것이다. 늦었지만 참 다행한 일이다.

알고 보면, 앞의 일들에 더하여 경남일보 창간과 어린이날 기원, 영남예술제 창제 등 진주만큼 우리 민족사에 자랑스러운 일을 해 낸 곳이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다. 하나같이 진주의 선대들은 백성과 공동체의 생존·안전이 위협받을 때 감연히 목숨을 걸고 남보다 먼저, 힘모아 의로운 일을 실천했다. 그래서 성호 이익은 “경상우도 사람들은 남명을 본받아서 의(義)를 주로 삼는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니 경남의 역사정신과 가치는 행의(行義)이고, 따라서 경남문화는 곧 행의문화라고 하겠다. 그 행의의 문화역사 줄기는 진주에서 시작하여 마산의 민주화운동으로 매조지하였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역사의 줄기를 잘 몰랐다. 새로 간행될 진주시사는 이러한 사실(史實)을 담아서 가지런히 정리해내게 될 것이다. 또 새로운 진주시사는 미래세대들이 새로운 자아정체감을 갖게 할 것이다. 남명시대 진주사람들은 조선의 유학을 선도하며, 행의를 통해서 진주사람 다움을 잇따라 증명하며 살았다.

오늘날 역사·문화도시 진주라고 상투적으로 말하는데, 그러면 진주사람들이 남다른 역사의식이나 사고와 행동을 보여주는가? 부끄럽게도 자기고백하자면 아니다. 우리는 그저 그런 곳의 그저 그런 사람들로 산다. 진주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에서 엿보이는 집단적 자아정체성은 아리까리하다. 그렇지만, 진주시사를 새로 간행해서 우리 선대들이 민족사를 올바르게 이끌어 낸 사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배우게 하면 어떻게 될까? 그들의 머릿속에 선대들의 행의가 각인되고 가슴은 긍지와 자랑으로 넘치지 않을까? 나는 그런 기대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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