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앉지 마라
[경일춘추]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앉지 마라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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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인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
 
민영인 

언론이 지금처럼 불신을 받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위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글을 기고하며 주로 맹자를 읽고 받았던 소회를 짧은 식견으로 시대상에 맞게 해석해 봤다. 대의를 거스르지 않으려고는 노력했다.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나 감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가능한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공자가 저술한 ‘춘추’ 의 방법이라 하며 일반적으로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자는 “나를 알게 하는 것도 오직 춘추요, 나를 비난하는 것도 오직 춘추일 뿐이다”라고 했다. 도대체 춘추가 어떠하였기에 맹자도 ‘등문공하’편에서 “공자가 춘추를 완성하니 난신적자가 두려워했다.(孔子成春秋而亂臣賊子懼)”라고까지 했을까? 여기서 ‘난신’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이고, ‘적자’는 부모를 해치는 자식을 말한다. 대의를 따르는 행동을 강조한 것이다. 역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난신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오히려 난신들이 더 설치고 사욕을 채운 결과는 나라까지 망하게 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관리로서 지켜야 할 직분에 있는 자가 그 직무를 올바르게 수행할 수 없다면 즉시 그 직을 떠나야 한다.

난신의 위험성은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언급한 ‘악의 평범성’에 부합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난신은 절제심과 분별심이 없는 위험한 신념에 빠져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악행을 저지른다.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악한 일은 대부분 스스로 하는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데서 나온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대한 악을 저지를 수 있다”라며,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이 본래 악한 사람이 자행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상부의 명령에 순응하여 죄의식 없이 저지른 것이라고 봤다.

우리나라 사회지도층 중 그 직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사욕을 채우는 행위가 난신이 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민을 섬겨야 할 자들이 오히려 국민을 개, 돼지로 여기는 세상이다. 오죽하면 인사청문회 때가 되면 자리엔 앉힐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한다. 이런데도 사회적 감시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내로남불이 대세가 되었으며, 언론조차도 비판의 글쓰기를 멈추고 오직 진영논리에 따른 무조건적 편들기에만 나서고, 심하게는 난신들과 한 편이 되어 부패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이제 뉴스 보기가 겁이 날 정도가 되었으니 ‘식자우환’이라 자조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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