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경상남도가 망하는 방법
[경일포럼]경상남도가 망하는 방법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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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황경규 고문

 

사실 굳이 애태우며 궁금해 하실 필요까지는 없다. 진위 여부를 가릴만한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구상한 방법을 여기에 제시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미 지난 2004년에 경남도 스스로 ‘경남도가 망하는 방법’을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경남도 수장인 경남도지사의 지시에 대한 강제성 여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경남도 행정 스스로 현주소를 돌아보면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였다는 평가였다. 화제성이 높았던 만큼, 경남도내에서 오랫동안 회자된 건 물론이다.

책장에서 뿌옇게 먼지가 앉은 ‘경남도가 망하는 방법’이라는 파일을 발견했다. 무려 18년이나 묵은 오래된 자료이다. 파일에는 문화관광국, 건설도시국, 농수산국, 보건녹지여성국에서 제출한 서류가 들어 있었다. 파일명도 다양하다. ‘경남도청이 하루빨리 망하게 하는 제안’ ‘도청 망하게 하는 방법 연구’ ‘도청이 빨리 망하는 방법’ ‘도청이 망하는 방법’ 등이다.

당시 경남도 행정 스스로 생각해 낸 ‘경남도가 망하는 방법’ 보다 더 궁금한 게 있었다. 바로 경남도 행정이 생각하는 ‘경남도청의 존재가치’에 대한 현실 인식이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경남도의 존재 가치는 도민의 복된 삶의 영위와 안녕을 도모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업무연찬과 시대변화에 대응하며 혁신된 자세로 고급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다.’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진정성 여부에는 큰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상식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에 그렇다. 다만 과연 지금도 여전히 경남도의 존재가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말이다.

문서들을 살펴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경남도청이 망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혁신 없이 변화를 기대한다’, ‘위기의식 없이 모든 것을 안일하게 대처한다’ ‘무조건 내 책임이 아니다’ 따위다.

각론으로 풀어보자면 위기의식 둔감, 법 규정의 일탈, 무사안일, 복지부동, 책임의식 전가, 보신주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경남도 행정 전반에 스며 있는 부분을 다시 끄집어낸 것에 불과하겠지만, 결론적으로는 하나 마나한 자기반성이며 자기 진단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는가.

근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경남도가 망하기 위해서는 ‘도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행정 능력을 확보한다’는 방법을 제시한 행정부서가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도 들고 있다. ‘매우 불친절하게 업무를 처리하여 다시는 도청을 찾지 않도록 민원을 처리한다.’ ‘도정의 계획들을 충분히 검토하여 선택해 집중 추진하지 않고 대강 처리하다가 흐지부지 예산만 낭비한다’라는 방법이다. 최근 경남도 행정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러한 자기반성에 가까운 현실인식이 오늘날 얼마만큼 개선되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를 갖고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할 뿐이다.

경남도 행정의 자기 반성문인 ‘경남도가 망하는 방법’을 끄집어내는 이유는 1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경남도가 망하는 방법’을 자기도 모르게 답보하고 있는지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도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깔보는 것은 물론, 구태의연한 구시대적 행정행위가 아직도 일선 현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진심으로 경남도의 발전을 염원하는 경남도지사 후보가 당선되면 ‘2022년 경남도가 망하는 방법’에 대해 경남도 행정의 자기 반성문을 다시 한 번 받아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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