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봄철 자연독 식중독 예방
[기고]봄철 자연독 식중독 예방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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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 (부산식약청장)
홍진환 부산식약청장


수렵·채취의 본능을 자극하는 TV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시청률도 제법 높은 것을 보면 분명 지금과 같은 도시 생활이 다 좋은 것은 아닌 듯하다. 산속 외딴 곳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자연인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특히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서는 안되는 것을 가려내는 탁월한 능력에 탄복하기도 한다.

식품위생법에서 식품이라 함은 모든 음식물(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은 제외)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 관리 대상을 분명히 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다. 최근 울산에서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조리한 복어 요리를 먹고 5명이 의식불명 등 치명적인 중독사고가 있었다. 허균은 복어를 하돈(河豚)이라 하고 독이 있어 사람이 먹으면 죽는 일이 많다고 했다. 선조들도 복어독의 위험성을 일찍이 알고 피했음을 알 수 있다. 1920년대 복어독 중독 사망자는 96명, 중태에 빠진 사람이 59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당시는 무지와 식량 부족이 원인이었다. 2000년대 초반 7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복어 중독 사건이 6건으로 세월이 지나도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복어독의 위험성 때문에 식용 가능한 복어를 21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장 독성이 강하다는 황복의 난소, 그리고 복섬과 흰점복의 간 속에는 1g 중 10 MU의 독량(MU: Mouse Unit, 1 MU는 20 g의 생쥐를 30분에 치사시키는 독량)이 있다. 난소와 간 다음으로 독성이 높은 것은 피부와 창자이며, 정소나 근육도 약한 독을 가진다. 독이 있는 자주복 한 마리면 성인 33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식품접객업 중 복어독 제거가 필요한 복어를 조리·판매하는 영업을 하는 자의 경우, 해당 식품접객업자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복어 조리 자격을 취득한 조리사를 두어야 한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독초, 독버섯 등 자연독 중독사고는 총 20건, 128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주로 봄·가을에 많았다. 특히 봄에는 어린 잎의 생김새가 비슷해 봄나물과 독초를 구분하지 못해 발생한 사례가 많다. 더 나아가 독초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더 큰 인명피해를 낸 사례들도 있었다.

봄나물로 이용되는 원추리는 각시·노랑·섬원추리 등 꽃의 모양과 색깔에 따라 그 이름이 다양하다. 중국에서는 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 하여 ‘망우초’라 부르는데, 봄이 되면 꽃말인 ‘기다리는 마음’이 절로 생겨날 만도 하다. 그런데 이 원추리의 약성과 독성이 바로 ‘콜키신’이라는 성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는 급성 통풍 발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전문의약품의 주성분이다.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찮다. 위장 장애, 면역세포 파괴, 과량 섭취시 척수 장애, 두통, 구토, 호흡곤란 등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몇해전 경기도의 대형 쇼핑몰 내 직원 식당에서 일어난 집단 식중독은 콜키신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은 원추리 나물을 그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산마늘과 먹을 수 없는 박새를 구별하지 못하고 더덕과 자리공을 구별하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철쭉을 진달래로 오인하여 섭취하면 철쭉의 독성분인 ‘그레이아노톡신’에 중독되면 심혈관계 장애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니면 모르는 산나물이나 약초는 채취도 섭취도 하지 말아야 한다. 자연독 식중독과 관련된 식품안전지식 등은 식약처에서 제공하는 식품안전나라(http://www.foodsafetykorea.go.kr)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꽃 피는 봄철에 꽃차가 생각난다면 먹을 수 있는 꽃인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제철 음식의 올바른 선택으로 건강한 봄을 보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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