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90)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90)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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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진주지역의 학교 교가 누가 많이 작사했나?(3)
설창수의 작사는 시적 발상으로 액자가 매우 광대하다. 경상국립대학교가 도립초급농과대학으로 출발했지만 지방 도립이라는 외진 곳의 2년제 대학을 두고 표현의 범위는 실로 대한민국 전체의 구도로 짜여진다. 시인은 예언자라 하지 않는가. 실로 오늘의 경상대를 상상하며 쓴 듯한 교가 가사다.

“장백의 힘줄기는 뻗어솟은 방호산”(백두대간을 훑어내린다), “낙동강 칠백리로 남가람은 흐른다”(강으로 동서 7백리 거리를 아우른다), “개천의 아득한 날 무지개 쌍돋을 때”(통시적으로 단군성조가 나라를 처음 세울 때), “비롯된 겨레들이 죽고 죽어 살았다.“(조국주 이후 백의민족은 연면히 이어져 왔다) “보라 대학 가없는 동해의 파도”(여기서 겨우 대학이라는 말이 나와 대학 교가임을 암시해 준다. 그리고 동쪽 바다를 뻗어서 세계로가는 대학임을 예단해 준다.

그러니까 “대학은 한반도 세로로 뻗치는 권역에 가로로는 낙동강 금을 그어 좌우로 횡단하는 곳에 터를 잡으니 진리를 추구하는 장소성이 광활하기 그지 없다. 역사로는 단군 이래로 연면한 터전이기에 민족의 대학으로 가는 길이 분명하다. 이제 미래는 동해의 파도 부딪치는 세계로의 개척이다 탐구의 눈을 멀리 떠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 가사를 쓴 시기는 광복 이후 민족이 거대한 포부로 나라를 개척해 나가는 시기였음을 감안할 때 시인은 대학에게 거는 기대가 전폭적이고 무한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 시기 설창수의 교가나 개천예술제 주제가 가사가 거의 비슷 비슷한 구절의 시적 반복으로 이루어졌던 것은 국가 광복의 선물이 감격이고 희망의 파도로 밀려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경상국립대 교가의 작곡가는 윤이상이다. 그 곡이 그만한 스케일을 받아줄 수 있었으므로 곡은 아주 장엄하다. 사색과 관조의 언덕을 넘어 민족의 기개와 파도치는 개척의 삽이 허공을 가르는 듯한 내리꽂힘의 낙차 같은 정서를 받아 안고 있다.

다음은 김어수 시조작가의 가사를 드물게 본다, 반성중학교 교가다. 김어수(1909-1985)는 강원도 영월군 출신으로 범어사를 중심으로 활동한 승려이다. 현대시조시인협회 초대회장으로 영월에 생가복원 등 기념사업이 활발하다. “뭉치고 힘을 모아 쌓은 이 동산/ 남강에 힘찬 줄기 안고 흐르네/ 매화산 솔밭 넘어 달이 지샐 제 / 늦을라 어서 가자 배울 우리들/ 무궁화 송이 송이 피는 이 언덕/ 젊음이 무럭무럭 자라는 학교/ 아 아름다워라 반성중학교” 노숙한 시조 작가의 가사는 자연스레 흐르는 시냇물처럼 조용조용 조심스럽다. 더군더나 김어수 시인은 승려출신이니 인생을 쓰다듬는 기술이 있어 보인다.

다음은 진주고등학교 교가를 보자. 작사는 박두석으로 광복이후 초등학교 교가 작사를 한 사례가 있어 아마도 나름 작사가로 이름이 나 있었던 작사가로 보인다.

“지리산 높이 솟아 우리의 기상/ 흐르는 남강물은 맑고 푸르다/ 역사 깊은 진양성 굽어보며는/ 사나이 젊은 힘이 솟아 오른다/ 진고 진고 높은 이상을/ 영원히 영원히 지켜가자 우리 진고” 가사는 배산임수를 시작으로 역사도시 진주를 아우르는 젊은이의 기상을 펴자는 내용이다. 나운영(1922-1993)은 서울 태생으로 제국음악학교 본과를 마치고 중앙대 서울대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작곡의 흐름이 젊은이의 소리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

다음에는 진주중학교 교가를 볼 차례다. 주상섭 작사, 이재호 작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작곡가는 천하가 아는 우리나라 가요작곡가이다 거기에 비해 작사가 주상섭은 문인으로는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분이다. 1945년생 서울 약대 교수의 작사가 눈에 띄지만 이재호(1919-1960)와 너무 나이 차이가 많아 현실성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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