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2]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2]
  • 경남일보
  • 승인 2022.04.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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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3)
꽃그늘, 꽃길, 꽃다지, 꽃달임, 꽃띠, 꽃모습
지난 글에서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는 꽃을 보고 아쉽다는 말을 했었는데 어느새 새로운 꽃이 피어서 사람들의 눈을 맑혀 주고 있습니다. 앞서 이팝나무꽃 이야기를 해 드렸었는데 요즘 ‘이팝나무꽃’을 왜 ‘쌀꽃’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이팝나무꽃이 활짝 피었더라구요. 지난 글에 이어 오늘도 ‘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꽃그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벚나무, 이팝나무처럼 꽃이 많이 피는 꽃나무에 가려서 생긴 그늘을 가리키는 말이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라는 노래의 노랫말에도 나오는 말이라고 하면 더 얼른 떠오르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꽃그늘이 좋은 곳에서 마음 놓고 쉬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꽃그늘’ 이야기를 하고 나니 ‘꽃길’이라는 말도 생각납니다. 요즘 제가 날마다 오가는 길에는 앞서 말씀드린 ‘이팝나무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이처럼 ‘꽃이 피어 있는 길’ 또는 ‘꽃으로 꾸민 길’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꽃길’입니다. 얼마 앞까지 온 나라 곳곳이 벚꽃이 피어 있는 벚나무 꽃길이었는데 요즘은 이팝나무 꽃길을 달리는 분들이 많지 싶습니다. ‘꽃길’은 “꽃길만 걷기 바랍니다.”라는 말에서처럼 ‘순탄하고 순조로운 길(경로)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꽃다지’입니다. ‘꽃다지’는 ‘오이, 가지, 참외, 호박 따위에서 맨 처음 열린 열매’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꽃이 피고 꽃가루받이를 하고 나면 꽃이 닫히면서 열매를 맺게 되지요. 꽃을 닫고 맺은 첫 열매라서 ‘꽃+닫이’에서 소리가 바뀐 말이지 싶습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풀 가운데 노란 꽃이 피는 ‘꽃다지’라는 이름을 가진 들꽃도 있다는 것을 알아 두시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꽃이 진 뒤 바로 맺히는 열매’를 가리켜 ‘꽃맺이’라고 한다는 것도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알려드릴 말은 ‘꽃달임’입니다. ‘꽃달임’은 ‘참달래꽃(진달래꽃)이 필 때, 그 꽃을 따서 전을 부치거나 떡에 넣어 여럿이 모여 먹는 놀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음력 3월 3일인 삼짇날에 꽃부꾸미(화전)를 구워 먹는다는 것을 아는 분은 많은데 ‘꽃달임’이라는 말을 아는 분은 많지 않더라구요. ‘꽃달임하다’는 말도 있으니 앞으로 ‘꽃달임’, ‘꽃달임하다’라는 말을 쓰시는 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꽃띠’라는 말도 있습니다. 말집(사전)에서는 ‘한창 젊은 여자의 나이를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는데 저는 남자, 여자 가리지 말고 ‘한창 젊을 때의 나이를 이르는 말’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한창 젊을 때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꽃다운 나이’라는 말을 많이 쓰실 겁니다. 이 말은 ‘꽃답다’에서 온 말이랍니다. ‘꽃답다’는 ‘꽃과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는 뜻이지요. ‘꽃다운 나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꽃띠’라는 말도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꽃모습’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런 아름다운 말을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배우고 익혀서 쓰며 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라 갈배움길(국가 교육과정)에 토박이말을 가르치는 알맹이를 넣으면 절로 그렇게 됩니다. 토박이말바라기에서 이런 뜻을 담아 이름쓰기(서명)을 받고 있으니 아래 그림을 찍고 들어가셔서 여러분의 이름을 써서 올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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