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우리 집 가족문화 확인해볼까요?
[여성칼럼]우리 집 가족문화 확인해볼까요?
  • 경남일보
  • 승인 2022.05.0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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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사단법인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어느 날 초등학생 아들 녀석이 “이거 선물이야. 내가 오늘 체험학습 가서 만든 거야. 엄마 줄게”라며 작은 나무 도마를 내밀었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예쁘고 고마웠다. “우와 잘 만들었다. 힘들게 만든 이 귀한걸 너 하지 왜 엄마를 줘?” 하니 “체험학습 선생님이 집에 가져가서 엄마 갖다 드리래”라고 말한다. 엄마를 생각해준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 선생님은 왜 엄마에게 주라고 했을까? 궁금했다. 내 생각이 틀리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어느 학교의 학부모 교육 시간에 6학년을 앞둔 한 학부모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가 이제 곧 6학년인데,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5학년까지 줄곧 여자 선생님만 담임을 맡았어요. 우리 아이가 여성화될까 걱정이에요.” 그러자 한 선생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걱정마세요, 어머니. 요즘 선생님들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모두 갖추었어요. 그래서 섬세함이 필요할 땐 여성성이, 대범함이 필요할 땐 남성성이 나와요. 여자 선생님이 해야 할 역할과 남자 선생님이 해야 할 역할을 다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마세요.”

‘성 역할’이라는 것은 존재할까? 성 역할은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도마를 사용하는 사람과 도마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쌀을 씻어 밥을 앉히는 사람과 밥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도 없다. 유치원 차를 기다렸다 아이를 유치원 차에 태워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생리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임신과 출산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군대를 가는 사람과 군대를 가지 않는 사람으로 성 역할을 구분할 수 있을까?

그렇다, ‘성 역할’은 없다! 애초에 ‘여성성’도 ‘남성성’도 없다.

‘행복한 가정의 달’이란 수식어가 한 달 내내 따라다닐 5월이다. 행복의 기본은 평등과 존엄인데 우리 집 평등문화 확인해보자. 옛날도 아니고 지금은 가족문화가 바뀌어서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하는데 어디 한번 점검해 볼까?

첫째, 집안일과 가정 경제에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가진다? 집안일을 어느 한쪽에 책임을 더 전가하고 있진 않은가? 가정 경제에 어느 한쪽의 책임을 더 요구하진 않는가?

둘째, 성별에 따른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 간에 평등한 역할 분담을 한다? 가정이라는 공간, 가족이라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수히 많다. 그중에 성별에 따라 당연한듯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역할을 강요하고 있거나 방관하고 있진 않은가?

셋째, 여가를 함께 즐기며 공동 책임을 진다? 취미생활이나 여가생활을 함께 즐기고, 그로 인한 시간적 경제적 공백을 함께 책임지고 있는가?

넷째, 의사소통이 잘 되고 개인 생활을 존중한다? 의사소통은 상대방이 내 말을 듣고 그에 대한 반응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내가 원하는 말만 하는 것, 상대방이 내 말을 듣지 않거나 상대방의 의견이 내 뜻과 다르다고 말을 중단해 버리는 것은 의사소통이 아니다. 그래서 의사소통은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인내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평등한 가정으로 나타난다.

다섯째, 가족 간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이, 성별, 가족관계에서 주어진 위치,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 갈등 해결 전에 배제해야 할 것이 많다. 평화로운 상황에서도 내려놓기 힘든 것들이다. 과연 갈등 상황에서 얼마나 내려놓을 수 있을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어떤가? 옛날과 다르게 우리 집 가족문화 평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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