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김대중과 국민통합
[경일포럼]김대중과 국민통합
  • 경남일보
  • 승인 2022.05.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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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대통령이 교체되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를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란 단어는 1858년에, 일본이 미국과의 통상조약을 앞두고 미국의 통치권자인 프레지던트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신조어였다. 이때만 해도 일본의 통치권은 막부의 쇼군(제1장군)에게 있었다. 국가통치권을 국왕(천황)에게 돌려준 대정봉환(1867) 이전의 일이니까. 일본의 쇼군에 해당하는 말이 한자로 통령인데 미국은 허수아비라도 국왕이 없으니까 앞에 큰 대 자를 얹어준 것이라고 본다. 1799년 쿠데타에 성공한 나폴레옹을 프랑스의 쇼군, 즉 제1통령이라고 불러준 것보다 격을 더 높인 것이다. 이런저런 유래와 관계가 없이 우리에게 대통령이라고 하면, 글자 그대로 말해, 보다 큰(大) 범위로 국민을 통(統)합하는 나라의 영(領)도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지 않고 내편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가 5년 세월을 다 보냈다. 민생도, 원전도, 인사도, 코로나도, 검찰개혁도, 정치 논리의 아래에 놓였다. 그래서 오죽 하면 사람들이 그를 대통령이 아니라 반(半)통령이라고 하겠는가? 퇴임할 때 지지율이 역대 최고임을 자랑하지만, 엄밀히 말해 45%는 반도 되지 않는다. 자신과 내편의 안위를 위해 세칭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보면, 좀스럽기까지 하다. 기울어가는 한 줄기 남은 빛도 권력이라고, 마침내 국민 여론마저 무시한 채 물러났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국민통합에 헌신한 대통령이라면, 나는 김대중 대통령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시대적인 타이밍도 잘 맞았다. IMF라는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되었으니 더 나빠질 수도 없었다. 국민 전체가 단합된 분위기였다.

이 여세를 몰아 남북한 정상회담도 성취시켰다. 지금은 그때의 일을 두고 평화를 돈으로 사려 했느니 하는 말이 있어서 역사의 쟁점으로 남아 있지만, 그 당시에는 분위기가 매우 국민통합적이었다. 그는 정치적인 혜안이 있었다. 1971년 대선 때 박정희가 당선되면 총통(종신대통령)제로 갈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그대로 적중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도 당시에 신중론이 대세였다. 개방하고도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이게 잘한 일이냐를 묻는 조사에서 이렇게 나왔다. 부정적 평가 48.2%에, 긍정적 평가는 40.2%였다. (월간 '지구촌', 2000, 8, 33면. 참고.) 그런데 이 개방 정책이 지금 우리나라 국격의 상징인 한류의 씨앗이 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2002년 초여름에, 한일 월드컵에서도 국민통합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우리의 응원 문화가 하나의 국민통합의 몸짓이었고, 신명이 삶의 창조적인 에너지, 역동적인 시스템의 세계에 있다는 점을 너끈히 확인시켜주었다. 거대한 혼돈의 질서였다.

그런데 그해 가을에 문제가 생겼다. 대선 기간 중에 병풍(兵風) 사건이 터졌다. 이를 주도한 당사자는 훗날 법의 심판을 받았고, 또 공개적으로 사과도 했다. 물론 잘 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면 정당하지 못한 수단도 악용될 수 있다는, 아주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우리는 2002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꼭 20년간, 진영논리의 넓고 흐릿한 강폭을 건너왔다. 지금이야말로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이다. 우리는 20여 년 전 김대중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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