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오월의 연가(戀歌)
[경일춘추]오월의 연가(戀歌)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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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강신웅


연중 오월은 절기나 기념일이 많다. 무려 절반이 두 번의 절기를 포함한 각종 기념일이다. 일반적으로 ‘경로효친의 달’이니 ‘가정의 달’로 통칭한다. 오월의 그 숱한 기념일들의 상징적인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예로부터 믿음과 사랑이 가득 넘치는 계절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경로와 효친의 사랑, 어린이에 대한 맑디맑은 물빛사랑, 더욱이 가정에서나 노동현장에서도 모두가 진실한 사랑을 실천해온 것 같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개인주의와 편의주의, 재물욕, 환경 파괴, 부부중심 가족제도의 동요등으로 인간사 신뢰감과 절조(節操)가 붕괴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사랑과 나눔에 인색해져 지극히 고립되고 있다.

이러한 종말적 현실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오월, 슬기로운 옛 성인과 현자들이 남긴 소중한 고전의 가르침을 되새겨본다.

‘풍수지탄(風樹之嘆)’은 중국 고전인 ‘한시외전’에 나온다. 공자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고어(皐魚)’였다. 공자가 우는 까닭을 묻자 그는 “저에게는 세 가지 잘못이 있습니다. 젊어서 일찍 집을 떠나 공부하고 또 제후들을 찾아다니다가 뒤늦게 귀향해보니 양친께서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는데, 이것이 저의 첫 번째 잘못이었고, 또 군주 섬기는 일에 소홀한 것이 두 번째, 친구와 관계를 소원(疏遠)하게 한 것이 세 번째 잘못입니다”라고 했다. 고어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樹欲靜而風不止,子欲養而親不待). 한번 떠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고, 가시고 나면 다시는 뵙지 못하는 것이 부모님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세상을 하직하겠습니다” 그런 뒤 고어는 자리에 선 채로 미동도 없이 있다가 말라 죽었다.

공자는 제자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명심해라. 훈계로 삼을 만한 일이로다” 이러한 내용을 보고 들은 제자들은 깊은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 제자들은 스승 공자를 떠나 자기들의 부모를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 글에서 우리는 슬픈 탄식을 듣고만 있겠는가, 아니면 감동을 받을 것인가. 그리하여 오늘처럼 찬란한 오월의 이 계절에 우리는 주변의 가까운 분들인 부모 형제 친구 심지어 부부까지도 본연의 사랑과 효심, 그리고 진실한 정을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아직도 혼란스런 임인년, 이 오월, 우리 모두의 사랑을 위한 마지막 연가(戀歌)를 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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