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전문기자의 씨앗과 나무]따로 또 같이 홀아비꽃대
[박재현 전문기자의 씨앗과 나무]따로 또 같이 홀아비꽃대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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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라는 거 어쩌다 외롭기도 하다는 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홀아비라면 냄새난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혼자 사니 빨래도 대충, 청소도 대충 그저 그런대로 산다고 생각해서 그런 생각도 들고요. 세간에서 홀아비로 사니 호리촐촐하고 깔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말을 어르신들이 많이 하는데요. 홀로 사는 사람이 멋을 내거나 신경 쓰는 일은 별로 없었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그렇지 않죠. 홀로 사는 것이 더 자유롭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무엇보다 많이 간섭받지 않으며 마음대로 살 수 있으니 좋다는 거죠. 홀아비 냄새라는 말도 있지요. 옷도 잘 갈아입지 않고, 괴죄죄하다는 말이겠는데요. 홀아비라는 마음 아픈 모습이 안쓰러워 그런 말을 지어냈겠지요.

그런데 풀이름에 홀아비라뇨. 홀로 산다는 의미일까요. 아니지요. 하얀 꽃이 가늘게 홀로 피어 있는데요. 마치 작은 막대기 처럼 보이지요. 그런 막대기 같은 꽃줄기에 꽃이 하나둘씩 매달려 있는데요. 독특한 꽃 모양이지요. 그래서 홀아비꽃대가 된 것일까요. 엉기성기 삐져나온 하얀 수술대가 며칠이나 수염을 못깎은 홀아비 신세 같아 붙은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홀꽃대라 불리는 홀아비꽃대(Chloranthus japonicus Sieb.)는 홀아비꽃대과(Chloranthaceae) 홀아비꽃대속(Chloranthus Swartz.) 식물입니다.

우리나라 각처의 숲속에서 나는 여러해살이풀인데요. 이파리는 물통이 같기도 하고 들깻잎 같기도 합니다. 한 개체가 20~30㎝ 정도까지 자라서 4, 5월에 꽃덮개가 없이 흰색의 꽃이 핍니다. 보통 여러 개체가 옹기종기 모여서 꽃을 피우지요. 잎은 두장씩 마주 나는데 네장의 잎이 모여 있는 사이로 꽃이삭이 촛대처럼 길게 목을 내밀로 홀로 서 있는 모습입니다. 비슷한 모양의 옥녀꽃대라는 풀과 헷갈리기 쉽습니다. 홀아비꽃대는 수술의 길이가 짧고, 옥녀꽃대는 수술이 길지요. 남부지방에서는 옥녀꽃대를 발견하기가 더 쉬운데 옥녀꽃대는 하얀수술대가 하늘하늘 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홀아비꽃대보다 조금 길게 나옵니다. 수술대 아래에는 꽃받침조각도 있어 홀아비꽃대와 다르지만 자세히 살펴보아야 발견할 수 있죠. 달걀모양의 열매는 9~10월에 익습니다. 열매는 삭과인데 속이 여러 칸으로 나눠져 칸마다 종자가 들어있는 모양을 말하지요.



 
 



한방에서는 홀아비꽃대를 은선초(銀線草)라고도 하는데요. 식물 전체를 봄과 여름에 채취하여 말린 것을 은선초라고 하고, 뿌리줄기는 은선초근(銀線草根)이라 하는데 해독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한과 한기나 풍으로 오는 기침이나 감기를 치료할 때도 사용합니다. 홀아비꽃대는 종양의 억제 작용과 혈액순환 개선, 생리하지 않을 때, 종기,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관절염, 마음고생이 심할 때, 위통에 약으로 처방하지요. 피부가려움증, 벌레 물린 데, 기생충 약이나 타박상, 뱀에게 물렸을 때 해독작용을 해줍니다. 하지만 임산부는 절대로 드시면 안됩니다. 맛이 맵고 독이 조금 있기 때문인데요. 보통 독이 있는 풀 나무가 꽃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편인데 홀아비꽃대는 그 모양이 독특하다고 하는 편이 어울리겠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꽃은 보기 쉽지 않아요.

제 시에 ‘홀아비꽃대’라는 시가 있는데요. 홀아비 꽃을 보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럿이 그렇게 피어 있으니 서로 의지하고 살 수 있는 현대 사회를 잘 보여주는 꽃이기도 해요. 누구나 혼자라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것이니까요. 살면서 사랑하고 사랑이 의지가 되고 함께라는 그리움으로 살기도 하면서요.



‘꽃이 핀다는 거 / 꽃을 피우는 거 / 그거, 촉을 세운다는 거 / 보아달라고 삐죽이 나아가 / 보아달라고 // 홀로라는 거 어쩌다 외롭다는 거 / 꽃을 피우는 거 / 꽃이 된다는 거 / 보아주라는 거 / 보여 주겠다는 거 / 같이 있겠다는 거 / 홀아비는 꽃이 그리운 거’



산에서 우연히 홀아비꽃대를 만나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하얀 꽃이 돋아나 있는 모습이 독특해 보기도 좋고, 이게 꽃일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모양에 눈길이 한 번 더 가지요. 꽃말은 ‘외로운 사람’. 홀아비라는 말에서 당연하게 그렇게 꽃말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벌써 듭니다. 홀아비꽃대가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바닷가에서 불꽃놀이를 할 때 쓰는 화약막대기에서 불꽃이 팍! 퍼지는 모양이지요. 화약이 터질 때 나타나는 모습 그것 말이지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구잡이로 삐져나온 수술대가 병을 씻을 때 사용하는 병솔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골에서는 홀아비를 호래비 라고 부르기도 하죠. 함께 하던 짝이 하늘나라로 가고 홀로 남은 홀아비가 아기를 키우는 일이 이야깃거리로 회자되던 시절도 옛말이고 이제는 홀로 사는 것이 부끄럽거나 이상한 일은 아니죠. 자유롭기 위해서 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요.

정호승의 시에 ‘지하철을 탄 비구니’라는 시가 있어요. 어쩌다 비구니가 되었을까요. 구도, 깨달음, 부처, 홀로, 연민, 삶, 무상, 무엇을 바라는가, ‘왜?’ 같은 말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치고 지나가지만, 이내 별일 아닌 듯 바라보죠. 사연 없는 사람은 없어요. 그 사연이 어떤 것인지는 그냥 그에게 두고 나는 나의 삶을 살면 되죠. 언젠가 우연히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때가 되면 그때가 되면, 다 지나간 일이라고요.

‘그대 지하철역마다 절 한 채 지으신다 / 눈물 한 방울에 절 하나 떨구신다 / 한 손엔 바랑 / 또 한 손엔 휴대폰을 꼭 쥐고 / 자정 가까운 시각 / 수서행 지하철을 타고 가는 그대 옆에 앉아 / 나는 그대가 지어놓은 절을 자꾸 허문다 / 한 채를 지으면 열 채를 허물고 / 두 채를 지으면 백 채를 허문다 / 차창 밖은 어둠이다 / 어둠 속에 무안 백련지가 지나간다 / 승객들이 순간순간 백련처럼 피었다 사라진다 / 열차가 출발할 때마다 들리는 / 저 풍경소리를 들으며 / 나는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다니는 사내처럼 운다 / 사람 사는 일 / 누구나 마음속에 절 하나 짓는 일 / 지은 절 하나 / 다시 허물고 마는 일’

 

박재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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