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논개의 제향에 사슴고기를 올리다
[경일춘추]논개의 제향에 사슴고기를 올리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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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 이학박사
박미영


“한 사람의 왜적이라도 죽일 수 있다면, 나 하나는 비수 되어 적의 심장에 꽂히리라.”

1593년 여름이었다. 논개의 결심은 비장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끝에서 바라보는 익숙한 남강이 서럽게 진주를 휘감고 흘렀다. 달빛도 희미한 그 밤에 왜적들의 잔치가 있다 했다. 논개는 아끼던 여름옷 한 벌로 곱게 단장하고 원수를 휘감은 손마디가 풀릴 새라 손가락마다 단단히 가락지를 꼈다. 왜적들의 자축연이 술과 음식으로 질펀해지자 논개는 죽음이 소용돌이치는 남강 바위에 홀로 섰다. 적장이 다가가자 논개는 왜장을 힘주어 안은 채 만길 낭떠러지로 뛰어들었다. 한인지 서러움인지 울분인지 모를 무언가가 한꺼번에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개최되지 않았지만 진주의 봄은 전통축제인 ‘논개제’ 로 마무리된다. 논개는 천상의 별이 되어 다시 진주에 내렸다. ‘의암별제’ 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1864년 경상우병사 이교준이 처음 신설하였다. 1868년 진주목사 정현석이 시행한 것보다 4년 앞선 것이다. 이교준은 탐관오리 백낙신이 물러가고 병사로 부임하여 의암별제를 신설했다. ‘진주민란’으로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의암별제’에는 국수, 밥, 국, 술, 적, 탕, 간, 수박, 포, 식혜가 진설 되었다.

1992년 의암별제가 복원되면서 2002년부터 비빔밥을 나누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수천명이 진주비빔밥을 나누며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행사다.

조선시대에는 의암별제와 별도로 논개를 추모하는 ‘촉석강변의기제’(矗石江邊義妓祭)가 있었다. 논개의 사당인 ‘의기사’에서 유교식으로 지냈다. ‘진주목읍지’에 따르면 제수로는 술쌀 한 말에닷 되의 누룩으로 술을 직접 빚었고 특별히 소금에 절인 사슴고기를 마련했다.

귀한 사슴고기는 각 도마다 대궐에 바치는 진상품이었다.

1790년 청나라 황제 건륭제는 북경을 방문한 조선 연행사들에게 어탁에 놓인 떡과 사슴고기를 주었다. 태종은 사슴고기로 중국 사신들을 접대했고 세종은 관아의 사슴고기를 빼돌린 의주 목사와 판관을 귀양 보냈다.

사슴은 녹용뿐 아니라 성질이 맑고, 전체가 사람에게 이롭다. 논개의 제향에만 특별히 사슴 고기를 올린 것은 그 깨끗하고 올곧은 충절을 기리는 의미가 깊다.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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