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청와대 침류각
[천왕봉] 청와대 침류각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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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유두, 기름씨술, 경맥동화, 멸린말치, 문썹눈신, 벌레헐떡, 번둥천개…. 언어생활에서 흔한 실수다. 옥스포드대 스푸너 교수가 ‘디어 퀸’(경애하는 여왕폐하)이라 해야 할 계제에 ‘퀴어 딘’(괴상한 학장님)이라 했다는 유명한 일화로, 이런같은 두음전환 현상을 스푸너리즘이라 한다. 일종의 애너그램(어구전철)이다.
▶고사성어 ‘수석침류(漱石枕流)’도 그 하나다.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뜻인데, 억지 고집을 이르는 말이다. 진나라 손초(孫楚)가 돌베개, 시냇물 양치의 한가한 삶을 살고싶다(枕石漱流)고 말한다는 게 실수를 하자 옆에서 지적했다. 손초는 자존심에 잘못을 인정 않고 ‘물 베개는 옛 허유처럼 험한 말 들었을 때 귀 씻겠다는 뜻이고, 돌 양치는 치아 단련을 위해서’라고 우긴 데서 유래한다.

▶20대 대통령 취임일에 청와대가 74년만에 일반에게 개방됐다. 그날 경내 깊숙한 곳에 있던 침류각(枕流閣)이란 전통 한옥이 이름과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1900년대 초 지은 걸로 추정되는 이 아름다운 건축물 자리는 ‘천하제일복지’라고 한다. 그동안 청와대를 거쳐간 여러 주인들이 바쁜 와중에도 여기서 가끔씩 망중한의 풍류를 즐겼을까.
▶풍류 분위기 잩은 그 이름에, 작명의 본의는 아니겠지만, 옹고집 이미지가 묻어있었네 싶다. 역대 대통령들마다 수석침류식 억지와 고집이 전혀 없었다고는 못 할 일이다. 설마 이 이름과 관련이야 있으랴만, 바라건대 이후론 대통령의 독재적 고집일랑 청와대 개방과 함께 말끔히 씻겨갔으면….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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