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김해 진영 봉하마을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연중 끊이지 않지만 유독 이 시기에는 더 많은 이들이 봉하마을을 찾는다. 바로 23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을 그리워하고, 특히 그가 강조했던 ‘사람사는 세상’이 좋아 아직도 그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 먼 거리도 마다않고 찾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올해 추도식은 예년과는 조금 다른 추도식이 연출될지도 모르겠다. 13주기를 맞는 올해는 특별한 손님들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우선 지난 9일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한다. 그는 지난 2017년 대통령 당선 후 찾은 추도식에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도 “올해는 봉하마을에 꼭 갈 생각”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여기에 지난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 추도식에 참석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하루 차이로 전·현직이 된 두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는다면 지방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겉으론 고인에 대한 추모로 보이겠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그들의 속내와 상관없이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은 민주당의 성지다.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이번 추도식을 문 전 대통령과 함께 그들의 결속을 다지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폭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너무 잘 알고 있을 윤 대통령이 만약 봉하행을 결정한다면 민주당의 심장으로 직접 들어가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들의 힘을 분산시켜 확실한 승리를 굳히겠다는 의지로도 비춰질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결코 잊힐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고, 윤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기인 만큼 지방선거까지 승리해 강력한 동력을 얻어야 한다. 올해 5월 봉하마을은 이래저래 시끄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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