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부부(황성희)
[주강홍의 경일시단]부부(황성희)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5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낱말을 설명해 맞히는 TV 노인 프로그램에서

천생연분을 설명해야 하는 할아버지



여보,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웬수’



당황한 할아버지 손가락 넷을 펴 보이며

아니, 네 글자 ‘평생 웬수’



어머니의 눈망울 속

가랑잎이 떨어져 내린다



충돌과 충돌의 포연 속에서

본능과 본능의 골짜구니 사이에서



힘겹게 꾸려온 나날의 시간들이

36.5 말의 체온 속에서



사무치게 그리운

평생의 웬수.

-------------------------------------------------

5월은 기리어야 할 날이 많다, 그중에서도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대충 둘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거나 둘을 나누어 놓아도 하나고, 하나에서 하나를 보태도 하나라는(不二) 의미로서 지정한 것 같고 서로를 인정하고 이날만큼은 상대의 어려움을 특별히 살펴보라는 취지 같기도 하다,

성장 과정과 직업환경이 다르고 또 영역의 범위가 같지 않은 상태에서 온전하게 상대를 이해하고 모든 것을 수용한다는 게 불가하지만, 가정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어느 정도 맞추어 살아가는 지혜를 갖추라는 것이 지정의 깊은 뜻 같기도 하다.

TV 예능 프로에 편집 없이 방영된 장면에서 한바탕 웃음 속에도 거둘 수 없는 속내가 표출되었다, 평생을 나누던 절절한 감정이 윤기 있는 표현으로 가슴에서 불시에 튀쳐 나왔다. 그리고 시청자의 보통적인 감성의 공감대를 건들어서 숙연했다. 익숙한 타인, 은혜하는 왠수, 필요충분조건의 계약관계. 영혼마저 담보해야 하는 저 거룩한 신앙. 그리고 예속과 종속 속에서.

저 어려운 삶의 방정식을 같이 푸는 동지. 그 부부의 한 모서리는 늘 무덤까지 가서도 티격태격 돼야하는 시 한 편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정만석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