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식물병, 인류와 함께 살아가야할 운명
[농업이야기] 식물병, 인류와 함께 살아가야할 운명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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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우리의 삶에 큰 미쳤다. 2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보자. 시민들은 약국에 줄을 길게 서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5부제를 지켜 마스크를 구입했다. 학생들은 입학식의 설렘, 소풍, 체육대회, 졸업여행의 추억도 없이 온라인 수업을 해야 했다. 외출 자제, 모임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사회적 변화였다.

농업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축제, 농촌체험, 학교급식 등이 중지되면서 관련 농가는 심각한 어려움을 맞았고, 신선농산물 수출농가와 행사용 소비가 많은 화훼 재배농가도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시설채소를 중심으로 노동력을 외국인에게 많이 의존하는 농가는 인력조달의 어려움과 임금상승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심하면 농사를 포기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겪으면서 이제는 코로나도 독감처럼 백신 접종과 많은 감염으로 인해 토착화되면서 엔데믹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이가 발생하는 바이러스는 인간이 극복하기보다 함께 살아가야할 운명처럼 보인다.

마스크착용, 손소독하기, 방문자제, 백신접종 등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모두 동참했다. 식물 바이러스도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전한 종자를 사용하고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매개충은 미리 방제하고 병든 식물체 제거와 작업도구를 소독하여 감염과 확산을 방지해야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는 예방과 방제법의 차이는 있으나 곰팡이병과 세균병도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고 조기진단으로 정확한 방제를 통해 피해를 줄일 뿐 인간이 농작물을 먹고 살아가는 이상 식물병은 계속 함께 살아가야 하게 될 것이다.

맷 데이먼이 주연했던 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팀이 탐사 도중 모래폭풍을 만나고 팀원 중 한명인 주인공이 사망했다고 판단, 그를 남기고 떠나지만 극적으로 생존한 주인공은 남은 식량과 기발한 재치로 화성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구조대가 오기까지는 빨라도 3∼4년, 남은 식량은 1년 치였지만 식물학자인 주인공은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여 생존할 수 있었다. 영화에는 이런 명대사가 있다. “어떤 곳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 그곳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화성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화성에서 성공적으로 재배한 감자가 감자역병에 걸렸다면 주인공은 죽고 영화는 허무하게 끝났을 것이다. 감자역병은 1840넌대 아일랜드 국민 100만 명이 사망하고 150만 명이 고향을 떠나 신대륙으로 이주해 미국의 역사를 바꾼 대기근의 원인이었다. 그 감자역병은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

지구든 화성이든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작물을 재배한다면 식물병은 반드시 발생할 것이고 우리는 작물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인간의 질병도 예방주사, 적당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듯 식물병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병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최적의 방제법을 사용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기후와 농업환경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병해충의 유입과 아열대작물 등 도입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하기 위한 다양한 방제법의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 또 미래 농업환경 변화에 대비하여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를 활용한 식물병의 진단, 예방, 방제시스템 구축으로 인류와 식물병이 계속 함께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강동완 경상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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