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공동생활가정 진주다솜 센터장 "쉼터가 행복한 공간 되길"
김영애 공동생활가정 진주다솜 센터장 "쉼터가 행복한 공간 되길"
  • 백지영
  • 승인 2022.05.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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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아이들, 미소 지을 때 뿌듯”

가정의 달인 5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가족 나들이·외식이 늘면서 곳곳이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에게 학대당한 후 조금은 다른 ‘가정’에 머물며 심신을 회복해가는 아이들도 있다.

지난 15일 가정의 날이자 스승의 날을 맞아 서부경남 학대 피해 아동 쉼터 ‘공동생활가정 진주 다솜’을 운영하는 김영애(54) 센터장을 진주시 상평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진주 다솜은 만 18세 미만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치료·양육해 원가정 복귀를 돕는 일시 보호 쉼터로, 연평균 20명 이상이 찾는다. 쉼터는 아동 성별에 따라 별도로 운영되는데, 진주 다솜은 도내에 2곳뿐인 남자 아동용 쉼터 중 한 곳이다.

김 센터장과 임상심리치료사, 생활지도원 등 종사자들은 일반 가정집처럼 마련된 공간에서 기본 3개월, 길게는 9개월가량 머무르는 아이들의 가족이자 선생님이 돼 회복을 돕는다.

김 센터장은 “쉼터에 온 아이들 중에는 학대 부모의 방임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위기 가정 자녀가 많다”며 “사회성 발달과 자기 주도적 생활 유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이 아동 자치 회의에서 먹고 싶은 것, 원하는 활동을 결정하면 이를 돕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기 소질을 계발해 자존감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모 방치로 ADHD(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나 아토피가 심했던 아이들이 치료 약과 건강한 식단으로 회복해, 나이에 맞는 활발한 모습을 보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

입소 당시 낯가림이 심했던 고등학생 A군 역시 변화가 뚜렷했던 사례다. 과거 용돈이 거의 없어 배를 곯았던 A군은 쉼터에서 충분한 간식을 먹고 역사·현장 학습에 나서면서 눈에 띄게 미소가 늘었다. 김 센터장은 “가출해 비행 청소년이 될 수도 있었고 사춘기라 대화를 거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늦잠 잘 시간도 아깝다. 빨리 선생님과 체험 활동 가고 싶다’며 즐거워하더라”며 “공부에 치여 지내다가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게 된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들 희망에 따라 요리 실습을 했더니 “나중에 결혼하면 와이프한테 맛있는 것 해줘야지”라며 원가정에서는 꿈꾸지 못했던 삶을 그리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힘든 점도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전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열악한 시설 문제다. 현재 진주 모처에서 다가구 주택 2층의 방 3개짜리 집을 임차해 사무실과 최대 7명의 아동 생활·치료 공간으로 사용 중인데, 남아 특성상 조용히 지내기 쉽지 않아 이웃 주민에게 상습 민원이 제기된다.

김 센터장은 “요즘은 청소기만 돌려도 욕이나 고함이 돌아오는데, 부모 학대로 소리에 민감한 아이들이 경직되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다”며 “단독 주택 등으로 이전하려고 부동산을 30곳 넘게 방문했는데 현 예산·제도로는 마땅한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밝아지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지만, 종사자들을 볼 때는 인력 부족으로 직무 교육도 못 가고 시간 외 수당 인정 시간을 넘는 초과 근무가 휴무로 대체되면서 업무 과부하로 이어져 짠하다”며 “쉼터가 아동과 종사자 모두에게 행복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김영애 공동생활가정 진주 다솜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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