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공관과 사저, 그리고 경호
[경일시론]공관과 사저, 그리고 경호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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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삶의 가치에 변화가 생기는 일, 누구나 생애에 ‘터닝 포인트’가 있다. 천성이나 오랜 인식이 특정한 계기로 사람과 현상에 대한 관념이 달라지는 일들 말이다. 5년간의 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1994년의 일이다. 새로 집권한 권력자에 의해 ‘역사 바로 세우기’ 명분으로, 중앙청으로 불리며 총리실 등 정부청사로 쓰였던 일제 때의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제시킨 일이 있었다. 그 구실에 더해 서울 남산 경관을 보전한다는 취지로 ‘외인아파트’로 불리던 건물을 일거에 폭파시켰다. 그 ‘이벤트’를 보고 그 집권자에 대한 존경과 우호적 인식이 순식간에 바뀌게 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그 전직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치욕도 보존하고 새기는 가치를 두고, 그 ‘역사인식’ 차이에 따름이다.

외인아파트는 서울에서도 구더기 들끓던 재래식 화장실이 보편적 서민생할 상징이었던 60~70년대, 외국의 개발사업자 혹은 외교사절이 방한했을 때 숙소제공을 주목적으로 지어졌다. 성장주도기 한 단면이다. 이처럼 공무수행 목적에 따라, 정부나 공공기관은 그 장(長)의 임지(任地)에 공관 이름으로 공간을 두었다. 봉건시대의 원님이나 관찰사 등 고을의 수령이 서울 등 외지에서 부임함에 따른 방편으로, 내아(內衙) 혹은 내동헌(內東軒)으로 부르며 관저를 둔 관행이 있었다. 불가피한 일이다.

그런 전통적 연유가 고스란히 이어져 지금 전국 각지에 산재한 각양의 공공기관은 예외가 없을 정도의 수많은 공관을 운용하고 있다. 아방궁으로 인식될 만큼의 수려한 경관을 기본으로 일상적 서민은 상상할 수 없는 큰 대지와 건물에 최고급 집기로 구색을 갖춘다. 광역단체장의 도백(道伯), 군 지휘관, 정부 산하기관인 공공기관의 장, 심지어 학교를 운영하는 사학의 ‘주인’도 공관으로 부르며 살림한다.

모두 세금 등 공적자금 투입이다. 기관이 제공한 공관에 입주함으로써 살던 집을 전세 등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한 소인배 공직자도 수두룩하다. 얼마 전 ‘대장동’ 사건에서 불거진 일개 기초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이 수백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직 구성원의 편의 제공을 강변하지만, 공공자금으로 운영됨으로써 편법적 시혜로 볼 수 밖에 없다. 요즘 유행하는 공정과 정의에 배치된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의 경우도, 국가원수나 이에 준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별도의 공관 이름의 공짜 주택 이용은 거의 없다. 공관을 없앨 필요가 있다는 명백한 이유가 된다.

최근 퇴직으로 관저였던 청와대를 나온 전직 대통령 이사로 사저(私邸)라는 말이 봇물을 이룬다. 왜 사저일까. 자택이나 집, 댁이라는 용어를 쓰면 안되는지 모르겠다. 원래 뜻인 고위관료 개인 집, 대통령이라 한들 현직을 떠났는데 왜 그런 표현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지 의아하다. 시류의 관행어도 아니며, 이치에 맞지도 온당치도 않은 말 같다. 사대적, 권위적 인식을 지우기 힘들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도 시대착오적이다. 집을 지키는 방호원과 대통령 경호처 소속의 수많은 공무원을 투입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연금, 비서관, 차량 제공 등 현시적 예우는 150여 명의 경호인력 인건비 등 운영비 지출에 비하면 ‘그것쯤’ 수준이다. 세습정권 유지를 위해 온갖의 인권이 유린되는, 천하의 깡패 패거리보다 불량한 북한 집권층을 포함한 희대의 적성체제도 각국의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테러는 도모하지 않는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거쳐간 기밀은 정보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경호로도 충분하다. 중국, 러시아 등 공산국을 제외한, 민주주의 대부분 나라 현직 국가원수 경호는 경찰 몫이다. 당연히 미국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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