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과학칼럼]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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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성기홍


21세기 패권국가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희토류가 주목받고 있다. 2019년 5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높이고,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를 금지시키자 중국은 보복 카드로 희토류 미국 수출 제한을 검토하는 등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희토류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 중국은 2010년에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카드로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미국도 이에 대비해 호주 등 희토류 생산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는 희토류의 주요 산지였다가 희귀금속 제련에 따른 환경 문제 등으로 1980년대 이후부터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희토류는 추출 과정에서 토륨이나 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암모니아, 염산, 황산염 같은 엄청난 양의 발암성 화합물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희토류 1t을 처리하는 데 최대 2000t의 유독성 폐기물이 나오는 것으로 추정한다.

희토류 원소는 주기율표의 17개 화학 원소의 통칭이다.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 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와 스칸듐(Sc)과 이트륨(Y)을 포함하며, 종종 악티늄족 원소를 포함 시키기도 한다. 이들 희토류 원소들은 동일한 광상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으며 공기 중에서 서서히 산화하며, 산 및 뜨거운 물에는 녹지만 알칼리에는 녹지 않는다. 화학적 성질은 아주 비슷하며, 경제성 있게 채취하기에 적당할 만큼 집중되거나 광물로 산출되지 않아서 ‘희귀한 흙’이라는 의미로 희토류라 명명이 된 금속으로 일반적으로 은백색 또는 회색 금속이다.

희토류는 미래 신산업과 첨단산업 발전을 이끌게 될 중요 소재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디스플레이 같은 정보기술(IT) 제품과 전기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여기엔 필수적으로 희토류와 희소금속이 있어야 한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가 효율적으로 모터를 구동해 작동하려면 모터의 희토류 자석을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정보기술(IT)업체들이 중국에서 희토류를 공급받지 못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 또 전투기와 미사일 등 군수물자에도 희토류가 쓰인다. F-35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이지스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은 희토류가 없으면 제작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현재 중국이 세계 희토류 공급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언제든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전략자원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도 매년 세계 희토류 수요의 두 배 정도를 생산해 경쟁 국가들은 희토류를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중국이 거의 모든 배터리 원자재와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와 희소금속 등이 21세기 세계경제와 국제정치 질서를 바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차 모터 소재로 쓰이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 희토류 가격은 지난해 평균치보다 각각 77%, 165% 올랐다. 올해 희토류 가격의 급등세는 주요 생산지인 중국의 전력난과 미얀마 쿠데타 등으로 공급은 부족했던 반면 팬데믹 완화와 함께 전기차 등 신에너지산업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모터에 희토류를 줄이거나 대체 원료를 이용한 2, 3종의 선행 기술을 개발 하는 등 ‘희토류 프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사인 성림첨단산업은 내년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공장을 경북지역에 건립할 계획이며, 울산대 등 국내 연구진도 희토류를 쓰지 않는 영구자석 개발 성과를 내놓고 있다. 또 충북 오창에 기존 방식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고순도 금속, 합금, 분말의 산화물을 생산하는 희토류 가공라인 가동을 시작하여 희토류 공급에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경제안보 관점에서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바라봐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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