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고리도롱뇽을 위한 양산시의 역할
[경일포럼]고리도롱뇽을 위한 양산시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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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
동시인 조무호는 ‘도롱뇽 알집은 우주정거장’에서 도롱뇽이 별을 여행하는 우주비행사라고 한다. ‘도넛 닮은/ 도롱뇽 알집은 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 아기 도롱뇽,/ 배내옷은 동그란/ 캡슐 우주복// 동그란 방/ 동그란 창으로/ 돋보기처럼/ 동그란 햇살 고이면// 아기 도롱뇽/ 어느 별을 여행하는 꿈을 꾸는지/ 배냇짓하는 아기처럼/ ‘뒤척’하고는// 캡슐 속에/ 둥 캡슐 속에/ 둥 떠 있다’

매년 5월 22일은 세계 생물종다양성 보존의 날이다. 코로나19 이후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그동안 멸종위기종 생물을 배려하지 않은 인간 중심의 개발 논리를 반성하고 있다.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개발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일방통행식의 개발이다. 우주정거장인 도롱뇽 알집을 낳을 데가 없어지고 있다. 영남 남동부권에 분포하는 고리도롱뇽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양서류로 우리 지역의 고유종이다. 도롱뇽은 알을 낳는다. 소시지처럼 길쭉하게 생긴 투명한 우무질 속에 가지런히 정리된 도롱뇽 알은 대부분 물이 있는 계곡 가장자리나 물웅덩이에 낳는다. 양산 동면 공사현장의 금정산 자락에 있던 작은 계곡은 모두 하수관으로 대체되었고, 자연스런 물웅덩이도 말랐거나 메워서 택지로 바뀌었다. 더 이상 만화 속 캐릭터 같은 도롱뇽 유생들의 툭 튀어나온 눈과 장난감같이 오밀조밀하게 생긴 발가락, 오동통한 배와 꼬리는 볼 수 없을 뻔했다. 아장아장 걸으며 꼬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귀여운 도롱뇽을 모두 죽일 뻔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양산시 동면 내송·외송·사송리 일원 276만㎡ 터에 3만 7000여 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 2019년부터 폐사한 고리도롱뇽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수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한다. 환경단체는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으로 인한 멸종위기종과 하천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촉구하다가 결국 공사 중지 요구와 소송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LH에 긴급구조활동, 정밀분포(DNA), 도롱뇽 대체 서식지에 대해 대책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였다.

도롱뇽 사체를 처음 제보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온갖 노력 끝에 다행히 LH는 2021년 11월부터 31곳의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였다. 그러나 지역 전체에 분포해 있는 고리도롱뇽의 안전한 산란터로서는 너무 부족하고 물이 없다. 산란을 위해서는 물이 있어야 한다. 단지 도롱뇽의 공사장 유입을 막는 정도에서 그치면 안된다. 대책위원회는 2022년 1월 8일, 공공주택지구 1공구 옆 습지에서 ‘사송 고리도롱뇽 대체 서식처 가꾸기’ 행사를 하였다. 뒤늦게 현장을 방문해 대책위원회 김합수, 사공혜선 국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죽은 도롱뇽이 남은 친구들을 살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는 양산시의 노력이 중요하다. 먼저 담당부서를 명확히 해서 더 이상 도롱뇽이 죽지 않는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거제도 동남부 지역에만 분포하는 거제도롱뇽이 환경부가 2022년 2월 22일 발표한 국가생물종목록에 신종으로 공식 등록됐다고 한다. 도롱뇽과 형태적으로 유사하지만 유전적으로는 다른 종으로, 전 세계에서 거제도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고리도롱뇽도 당연히 등록해야 한다. 만약 고리도롱뇽이 양산에서 멸종하면 결국 지구 상에서 멸종하는 것이다. 양산시는 이 지역이 경관녹지이기 때문에 멸종위기종 서식처를 조성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건 의지의 문제인 것 같다. 현재 양산에는 1998년부터 백로, 청둥오리, 꿩, 다람쥐 등을 위해 네 군데의 야생생물 보호구역이 있다. 생물종 목록에 등록하고, 이어서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추가·지정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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