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성군·명군의 길, 혼군·암군·폭군의 길
[경일시론]성군·명군의 길, 혼군·암군·폭군의 길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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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국정 수행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전망에 대해 국민적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윤 대통령이 향후 국정 수행을 ‘잘 할 것’이라는 긍정 평가는 겨우 절반을 넘겼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초기에 70~80% 정도의 긍정 평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기대치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명군(明君)·성군(聖君)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뜻도 된다. 임기 초기부터 벌어지는 내각과 참모진 인사 문제에 대처하는 과정을 보면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걸었던 길을 더듬어보면 수난이 많았고, 불행했다. 대통령 본인은 재임 중에 쫓겨나기도 했고, 죽음을 맞기도 했으며, 퇴임 후에는 구속되기도 했다. 대통령 가족 및 친인척·측근들이 감옥에 갇히는 험한 꼴을 봐야 했다. 성군·명군의 길이 아닌 혼군(昏君)·암군(暗君)·폭군(暴君)의 길을 걸었던 탓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걸었던 길을 윤 대통령이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성군·명군은 주변에 쓴소리꾼이 많았다. 특히 쓴소리를 기꺼워했고, 적극 수용했으며, 더 권장했다. 반면 혼군·암군·폭군에게는 주변에 쓴소리꾼이 없었다. 있었어도 쓴소리를 고까워했다. 쓴소리를 무시한 것을 넘어 쓴소리꾼을 죽이거나, 귀양보내는 등 보복 조치까지 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성군·명군으로 꼽히는 조선 세종대왕 옆에는 쓴소리꾼이 많았다. 황희·맹사성·허조 등 3대 정승을 비롯해 군주의 잘잘못을 따지는 직언을 서슴치않았던 신하들이 즐비했다. 황희 정승은 세종대왕의 왕위 승계를 끝까지 반대하다 귀양까지 간 반대파였다. 그럼에도 황희를 중용했고, 그의 쓴소리를 기꺼이 받아들었고, 정책에 반영했다. 반대파의 쓴소리까지 수용했던 것이다. 심지어 쓴소리를 하는 신하를 포상하며 직언을 권장했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성군·명군으로 꼽는 당 태종 주변에도 직언을 하는 신하가 많았다. 특히 위징은 자신을 죽이고자 온갖 계책을 획책했던 반대파 인물이었음에도 가까이 두었다. 태종은 자신의 행동에 사사건건 직언해 댄 위징의 쓴소리를 고까워 하지 않았고, 그에게 비단과 많은 상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조선의 군왕 중에 가장 혼군·암군으로 평가되는 왕은 선조다. 선조 옆에는 쓴소리를 하는 신하가 거의 없었다. 쓴소리를 하는 신하를 무시했고, 미워했다. 쓴소리를 듣지 않은 탓에 국력은 약해졌고, 백성의 삶도 피폐했다. 끝내 왜군으로부터 침략(임진왜란)을 당했고, 선조는 왜군에게 쫓기고, 국토는 유린되고, 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란 중에도 쓴소리를 듣지 않았고, 오히려 간신의 꼬임에 빠져 나라를 구했던 이순신 장군을 쫓아내는 우를 범했다. 재침략(정유재란)을 당해 국가와 백성을 다시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결국 선조는 역사에서 가장 어리석은 왕으로 기록됐다. 폭군이었던 연산군 역시 쓴소리를 듣기 싫어했다. 쓴소리하는 신하를 무참하게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연산군의 음란함과 문란함을 직언했던 환관 김처선을 죽였다. 결국 쓴소리를 듣지않았던 연산군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났고, 스스로 파멸했다. 그리고 폭군의 대명사가 됐다.


고금의 역사를 보면 성군·명군의 시대엔 쓴소리꾼이 많았고, 혼군·암군의 시대엔 간신이 득실거렸다. 쓴소리를 기꺼워했기에 세종대왕과 당 태종은 당대는 물론 후세에도 성군·명군으로 존경과 추앙을 받는다. 하지만 쓴소리를 고까워했던 선조와 연산군은 당대에는 원망의 대상이, 후세에도 어리석었던 혼군·암군·폭군으로 미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도 주변에 쓴소리꾼을 많이 두고, 이를 기꺼워했던 성군·명군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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