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장미, the rose
[경일춘추]장미, the rose
  • 경남일보
  • 승인 2022.05.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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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경 (진주송강식당 대표)
조재경 송강식당 대표


일터 인근 아파트 담장에 장미가 피었습니다. 담벼락 쇠창살 사이로 붉은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5월이 되면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차장으로 변신해 오가는 이들의 무심한 가슴을 붉게 물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5월의 장미’라는 말이 입에 찰싹 달라붙습니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5월에 유별나게 붉은 장미가 만개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보입니다.

1990년대 사춘기 청춘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만화영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추억합니다.

프랑스혁명의 시대, 신분을 초월한 가슴 아픈 사랑의 오스칼과 앙드레, 그 오스칼을 향한 사랑을 품고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트와네트의 치열했던 사랑…, 붉은 장미와 하얀 장미의 꽃말은 각각 이들과 어울리는 열렬한 사랑과 순결입니다.

여성성이 강한 장미는 배반과 배신의 여인을 상징할 때도 있지만 순수한 사랑을 고백할 때 역시 남자의 가지런한 두 손엔 장미 한 다발이 들려져 있습니다.

성년의 날 첫 번째 선물인 장미는 축하의 의미와 함께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높은음자리표를 품은 오선지에 장미가 피었습니다.

대중가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 장미는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에서 만개해 대중의 가슴속에 애잔한 뿌리를 내렸고 어우러기의 ‘밤에 피는 장미’를 만나 처연한 사랑이 되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한 송이 새빨간 장미로 마음을 고백하는 신인수의 노랫말이 참 예쁩니다.

장미를 사랑했던 시인 릴케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줄 장미를 꺾다가 가시에 찔렸고 가시에 묻어있던 파상풍균과 지병인 백혈병이 더해져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장미는 치명적인 아름다움 속에 위험한 가시를 숨기며 기품있게 자신을 방어합니다. 사랑의 전령 큐피드가 장미의 아름다움에 혹에 입을 맞추려 들자 벌이 큐피드의 입술에 벌침을 쏘았고 이를 안쓰럽게 지켜보던 비너스가 벌침을 뽑아 장미 줄기에 꽂아놓았다는 장미가시 설화가 재미납니다.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서로 거리를 두며 생각도 마음도 건조한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슴에 장미꽃 한 송이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햇볕도 맞으며 서로를 가꿔주면 좋겠습니다.

오늘 늦은 밤엔 주방을 탈출해 좋아하는 탁주 앞에 두고 심수봉의 노래 백만송이 장미를 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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