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칼럼]“어머니 떠나면 세 아들이 춥습니다”
[열린칼럼]“어머니 떠나면 세 아들이 춥습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5.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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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세 (인산가 회장·전주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김윤세


온 산과 들에 울긋불긋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5월. 흔히 ‘가정의 달’로 부른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21일 부부의 날을 비롯해 1일 근로자의 날, 15일 스승의 날 등…, 나아가 공동체의 화합과 행복, 건강을 추구하기 위한 기념일이 많은 달이어서 자연스럽게 ‘가정의 달’로 부르게 된 것이리라.

우리는 15일이 스승의 날이지만 전 세계 국가들은 이날을 ‘가정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1993년 UN이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해 ‘건강한 가정을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라는 취지로 15일을 ‘세계 가정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로 ‘가족’을 의미하는 family는 원래 하인이나 노예를 뜻하는 라틴어 famulus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종종 family의 어원에 관해 설명할 때 한층 의미를 덧붙여서 ‘아버지·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라는 문장의 첫 글자들을 합성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5월 가정의 달은 한 마디로 가정의 중요성과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보는 기회다. 예나 지금이나 계모(繼母) 또는 의부(義父)가 전실 자식이나 전남편의 자녀를 비밀리에 교묘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병들게 하거나 죽게 하는 못된 범죄를 저지른 것이 발각돼 처벌받았다는 사건 뉴스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실 자식이나 전남편의 자녀뿐만 아니라 제가 낳은 어린 자식마저도 아예 직접적으로 학대하거나 폭행하여 숨지게 하는 비인간적 범죄 사건들이 종종 매스컴을 통해 알려져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다.

공자 제자 중 효성스러움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민자건(閔子騫)의 일화’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특별한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춘추 시대 노나라의 민손(閔損, BC 536년~487년)은 공자 문하의 칠십이현(七十二賢) 중 한 사람으로서 민자건으로도 불린다. 민자건의 어머니가 죽은 뒤 그의 아버지는 재취(再娶)하여 아들 둘을 더 낳았다. 한 번은 민자건이 아버지를 위해 수레를 몰다가 말고삐를 놓치자 아버지가 그의 손을 잡아 보니 손이 얼어 있었다. 갈대꽃으로 만든 홑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집에 돌아와 후처 소생의 두 아들을 불러 확인하니 그들의 옷은 솜을 넣어 만든 두툼한 옷이었다. 아버지는 몹시 화를 내며 후처를 내쫓으려고 했으나 아들 민자건이 ‘어머니가 계시면 한 아들만 홑옷을 입지만, 어머니가 떠나시면 세 아들이 추위에 떨게 됩니다’라는 간절한 만류의 말에 감동하여 후처와 이절(離絶)하지 않았고 계모는 잘못을 뉘우치고 그날 이후에는 자애로운 어머니로서 역할을 다했다.”

유향(劉向)의 ‘설원(說苑)’에 나오는 민자건의 이야기이다. 논어 선진편 제4장에는 이러한 제자 민자건에 대해 공자께서 칭찬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효성스럽도다, 민자건이여! 그의 효성이 깊다는 부모 형제의 말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구나…”(子曰 孝哉, 閔子騫. 人不間於其父母昆弟之言)

‘민손어거(閔損御車)’ 또는 ‘민손단의(閔損單衣)’라는 고사성어로도 알려진 민자건의 이야기는, 지혜롭고 현명한 생각, 속 깊은 충언으로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고 어머니를 감동하게 해 파탄이 날 뻔한 불행한 가정을 행복한 가정으로 만든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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