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4]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4]
  • 경남일보
  • 승인 2022.05.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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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하다 어우렁더우렁 너나들이
들여름달 5월을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데 지난 열닷새, 15일은 스승의 날이기도 했지만 세종 임금님 나신 날이기도 했습니다. 스승의 날을 잊지 않고 챙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스승’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 요즘, 처음 만들었을 때와 견주어 그 뜻이 바랬으니 없애자는 말까지 있는 것도 참일입니다. 또 ‘세종 임금님 나신 날’이라는 것을 아는 분들만 알고, 기리는 분들이 많지 않아 저로서는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날은 가정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모든 나라 사람들의 생각을 높이자는 뜻으로 국제연합이 만든 ‘세계 가정의 날’이기도 했는데 이 가정의 달, 가정의 날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먼저 하나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얼마 앞 어머니의 목숨을 빼앗은 아들이 잡혔다는 기별을 들으셨을 겁니다. 그런 기별뿐만 아니라 요즘 식구들끼리 잘 지내지 못해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궂은 기별을 들으면 절로 떠올려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화목하다’는 말을 많이 알고 쓰고 있는데 그와 비슷한 뜻을 가진 토박이말이 바로 ‘구순하다’입니다. ‘구순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서로 사귀거나 지내는 데 사이가 좋아 화목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풀이에 ‘화목하다’가 있을 만큼 ‘구순하다’와 ‘화목하다’는 비슷한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이 말이 들어간 보기로 “집안이 구순하니 바깥일도 더 잘 풀린다”를 들었습니다. 이처럼 토박이말을 잘 살린 보기가 있다는 것도 기뻤고 보기와 같이 온 나라에 있는 모든 집안이 구순해서 하는 일도 모두 다 잘 풀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스무날, 20일이 ‘세계인의 날’이었습니다. 이 날은 여러 겨레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는 뜻으로 만든 날이라고 합니다. 이런 뜻과 잘 어울리는 토박이말이 있는데 바로 ‘어우렁더우렁’입니다. 움직씨(동사)로는 ‘어우렁더우렁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들떠서 지내는 모양’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들떠서’라는 말은 빼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내는 모양’이라고 풀이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세계인의 날’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지내는 것을 기리는 날에 떠올려 쓰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날마다 어우렁더우렁 잘 지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말은 뜻도 좋지만 소리가 더 예쁩니다. 어떤 나라 어떤 사회든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게 값지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를 나타내는 말로 “우리 서로 어우렁더우렁 잘 지내자”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우렁더우렁’처럼 여러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 가깝게 잘 지내는 것을 나타내는 토박이말을 하나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주 가까우면서도 사이가 좋음을 나타내는 말로 ‘너나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넴 또는 그런 사이’를 나타내는 토박이말입니다. 누구나 알기 쉬운 토박이말로 서로의 느낌, 생각, 뜻을 주고받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너나들이’로 가깝게 잘 지내고 모든 집안이 구순하게 지내며 온 나라 사람들이 어우렁더우렁 잘 사는 나라가 좋은 나라가 아닐까요? 그야말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바로 토박이말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살 수 있도록 더욱 힘과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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